“사찰 노예 사건 스님, 억울한 누명 벗었다.”
2024년 1월4일 대법원 제2부(재판장 대법관 권영준·이동원, 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서울 노원구 학림사 주지스님에게 면죄부를 내렸다. 2019년 7월 한국방송(KBS)이 ‘30년 노예로 산 스님 아닌 스님’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한 뒤 4년6개월 만이었다. 당시 보도의 요지는 이랬다. 지적장애를 가진 김재현(가명)씨가 30년 넘게 서울 노원구 학림사에서 급여도 없이 노동 착취(마당 청소, 잔디 깎기, 제설, 경내 공사, 예불, 농사 등)를 당했고, 주지스님은 오갈 데 없는 김씨의 처지를 이용한데다 일한 게 성에 차지 않을 땐 욕설과 폭행까지 가했다는 거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주지스님의 노동력 착취를 인정하여,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주지스님이 김씨를 노전스님(의례 담당 스님)으로 대우한 것이며, 일을 시킨 것은 노동 착취가 아니라 울력(불교 수행 과정으로서의 육체노동)이라고 봤다. 또 피해자에 대한 폭력 행위는 경미한 수준의 우발적·일시적인 부적절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해 파기환송하면서, 보도 경향도 변했다. 1985년 19살이던 김씨가 절에 들어가 2017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급여도 없이 일한 것은 한때 ‘착취와 폭력’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뒤에는 절이 피해자를 먹여주고 재워줬으며, 2700만원에 달하는 치아 임플란트 비용 등 상당한 액수의 의료비를 부담했다는 내용이 강조되면서 되레 ‘선행’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나온 이야기의 중심은 모두 ‘주지스님’이다. 피고인인 주지스님은 지적장애인인 김씨를 ‘착취했는가’ 아니면 ‘돌보았는가’. 김씨 입장에서는 이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느껴질까. 대법원의 해석처럼 그는 자신을 노전스님이라고 생각했을까? 스님으로서의 육체노동 수행을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나아가 스님이 되길 원했을까? 한겨레21은 2024년 9월2일, 김씨의 자택 앞으로 찾아갔다.
“앉으셔요. 다리 아프세요.”
선 채로 평상에 앉아 있는 김재현씨에게 말을 걸자, 그는 기자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약간 좁은 공간을 비집고 앉자, 김씨는 기자가 불편할 것을 의식해 옆으로 더 옮겨 앉았다. 미소를 띤 채 차분하고 조곤조곤하게 말하는 모습은 판결문·상고이유서·진술서 등을 보고 상상한 ‘육체노동을 하는 덩치 큰 지적장애인 남성’의 이미지와 달랐다. 기자와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그는 지적장애 3급으로, 체감상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정도가 쓰는 문장을 사용했다. 발달장애인법에는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자기결정권)를 가진다(제3조 1항)는 내용과, 누구든지 발달장애인에게 의사결정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결정 능력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제8조 2항)는 내용이 있다. 대법원의 시각과 그의 시각 사이 간격을 비교하기 쉽도록 김씨 인터뷰를 싣는다. 질문을 줄이고 비슷한 답변을 이어붙이되, 김씨의 말투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썼다.
“물을 갖다가 뜨러 갔어요. 거기 절에 ○○암에도 가보고 ○○사도 가보고 ○○사에도 가봤는데 거기서는 안 받아준다고 그러더라고요. 학림사로 올라가보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올라가게 된 거예요. 그때 몸이 많이 안 좋았어요. 절에 살면서 일도 많이 하고, (절이) 임플란트도 해주고 뇌 수술 비용도 해주고.”
—주지스님이 말씀하길, 절에 계실 때 뭔가를 고치는 일을 잘하셨다고요.
“평상 같은 거 망가지면 직접 망치질하고, 도라이바도 하고, 그리고 나무 자를 때 톱도 하고, 곡괭이질도 하고. 한여름에 땅을 파라 그래서 땅도 파고. 눈도 많이 치우고. 산에서 내가 모터 톱으로 이렇게 (나무를) 자르면, ○○(함께 절에 거주했던 다른 지적장애인)이가 지게로 져갖고 아궁이에 불 때고. 화장실 청소하고. 물 떠갖고 수세미로 속 안에 다 닦고, ○○이한테 내가 물 떠오라고 그러면 떠 오고. (재래식이니까 똥은) 차가 (치우고). 맨 처음엔 내가 퍼갖고 밭에 거름 주고. 약품 처리하기 전에 내가 퍼갖고 바닥에다가 뿌리고. 약품 처리하고 차가 퍼 가는 건 (뿌리면) 안 되고. 돌도 이렇게 이렇게 들어갖고 나르고. 시멘트 40㎏ 그거 굉장히 무겁잖아요. 그거 들어갖고 지게에다가 얹어주고. 절에서 (길이) 한겨울에 1㎞가 되잖아요. 그럼 큰스님(이전 주지스님, 현 주지스님의 형님)이라고 계셨었어요. 같이 운동하러 댕기자고. 길을 오르락내리락하고. 그리고 주차장에서 거기 초소 있는 데까지 눈을 새벽 예불 끝나고 나서 치운 거예요. 그래갖고 여기 양쪽에 엄지발톱이 썩어갖고. 여기 한쪽은 발톱을 뺐어요. 여기 ○○○병원에서.”
—절에 있을 때 제일 좋은 기억이 있는 날은 어떤 날이었나요.
“좋은 날이 없죠, 별로.”(웃음)
—그럼 싫었던 기억은 뭔가요.
“한겨울에 눈 치우는 거. 여기 양쪽 귀가 동상도 걸리고 그랬어요. 지금도 여기 코가 지금 빨갛잖아요.”
—스님이 무서웠나요.
“네.”
—그래도 주지스님과 오래 같이 살았는데, 정이 들진 않았나요.
“네, 정이 약간 들었어요.”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한 적 있나요.
“안 했어요.”(웃음)
—맞은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주지스님이 덩치가 크지 않으시던데, 때리면 아팠어요?
“아프죠 그럼.”(웃음)
—어떻게 때렸나요. 발로 차는 건가요?
“네, 그렇게도 차고, 손바닥으로도 때리고요. 팔 이런 데 때리고 뭐. 일을 갖다가 빨리빨리 안 했다고.”
—기억에 남는 걸 얘기해주신다면.
“잔디밭이 겨울이면 땅이 얼잖아요. 얼었다가 녹잖아요. 그럼 부풀어 오르잖아요. 그러면 발로 이렇게 밟으라 그래갖고. 경사가 졌잖아요. 그리고 또 잔디밭에 봄 되면 풀이 많이 나잖아요. 그것도 뽑으라고 하고 빨리빨리 안 한다고. 그런 식으로.”
—절에 함께 사는 다른 장애가 있는 분이 맞는 걸 본 적도 있나요.
“스님한테 맞았죠. 스님이 일을 시키면 잘해야 되는데 잘 못하니까. 세숫대야로 머리를 때려갖고 세숫대야도 깨지고. 플라스틱으로 많이 쓰잖아요 절에선. 부지깽이로 때려갖고 피도 나고 그랬어요. 다리에.”
—두 분이 도망쳐야겠단 생각은 안 했나요.
“갈 데가 있어야죠.”(웃음)
—지금 건강은 어떤가요.
“절에 있을 적에는 하도 일을 많이 해갖고 골병이 많이 들었어요. 양쪽 무릎이 아팠었고, 다리도 아팠었고. 양쪽 팔이 뻐근했고. 지금도 3개월 되면 여기 ○○○병원이라고 날짜 정해주면 내가 직접 혈압약 그런 거 병원 가서 타고 해요. 걸어서 댕기니까.”
김씨가 정말 폭행을 당했는지는 당사자인 두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2018년 김씨 쪽은 주지스님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법원이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 스님 쪽은 당시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재판을 빨리 끝내기 위해 법정에서 폭행을 인정했다고 말한다.
김씨가 30여 년 동안 정말 육체노동을 많이 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김씨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양말을 벗고 발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물었다. 절에서 갓 나왔을 당시 그의 발을 찍은 사진이 있는데, 사진 속 발은 발톱이 시커멓게 변해 있고, 발 전체가 거뭇하고 많이 걸은 발처럼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선뜻 양말을 벗어 보여준 그의 발은 이제 발톱 중 어느 하나도 검게 변한 것 없이 하얬고, 전체적으로 피부톤이 밝고 통통했다.
김씨는 스님을 ‘노예를 부린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았다. 임플란트를 해줬다고 말했고, 무서운 분이지만 정이 들었다고 말했으며, 명절이면 세배 받기 싫어서 스님이 도망다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스님 역시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벌였지만 김씨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주지스님은 기본적으로 절 사무장 부부(주지스님의 동생 부부. 횡령 등 문제로 주지스님과 다툼이 있었다. 사무장 부부가 장애인 인권단체와 가족에게 연락하면서 김씨 문제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김씨는 절을 나와 임대아파트에 사는 노모와 함께 살게 됐다.)에게 김씨가 이용당했다는 입장이었다. 2024년 8월31일 한겨레21과 만난 주지스님은 “(절 행사) 단풍놀이한다고 차 대절해서 갈 때, 노래를 얼마나 또 좋아하고 잘 부르는지. 옛날 노래 모르는 것이 없었어”라거나 “제일 좋아하는 건 짜장면 사먹는 거. 용돈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연장 같은 것도 사오고” 등과 같이 김씨가 절에서 지내던 때를 회고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현씨의 남동생은 마음에 걸리는 기억들이 있다. 남동생이 10대일 때 형이 절에 맡겨졌는데, 성인이 된 그는 군에서 나온 뒤 형을 보러 가끔 절에 갔다. 형이 생활할 공간이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이 형을 데려올 처지가 못 된다는 데 죄책감을 느낀 나날이었다. 하루는 형을 보러 절에 치킨을 사들고 갔는데, 형의 이빨이 다 뽑혀 있었다. 이가 썩어서 치과에서 다 뽑았다고 했다. 잇몸으로 치킨을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안 좋아 절에 왜 형의 이빨이 없는지 물었고, 이후에 왔을 땐 임플란트 시술을 받은 상태였다. 이런 기억도 있다. 형이 절에서 나온 뒤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러 주민센터에 갔는데, 계좌에 몇 억원이 있다며 거절당했다. 절이 형의 명의로 된 계좌를 사용하고 있었고, 절에선 그 돈을 받으러 연락이 오기도 했다.
김씨의 남동생은 “형은 다행히 절에서 합의금을 받고 비교적 잘 해결돼서 사실 또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게 형이 힘들까봐 그리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례가 재판에 간 또 다른 장애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텐데)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집행유예라도 받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처벌은 단지 피고인에게 벌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미래의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김씨를 대리했던 최정규 변호사는 혹시나 김씨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할까봐 “많은 돈이 필요치 않은 분이기 때문에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합의금을 신탁시켰다. 매달 (합의금 중 일정 금액이 나와 생활비에) 보탤 수 있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거기 돌집으로 됐잖아요. 겨울 되면은 창틀에 습기가 많이 차고, 곰팡이도 차고 그랬어요. 좀 거기 말하자면 지하실이나 마찬가지죠. 거기 위가 잔디밭이니까.”
—지금 집이 더 좋나요.
“네, 좋아요. 지금이 좋아요. 그때는 머리 빡빡 깎고 승복 입고 그랬었어요.”
—30년 넘게 어머니랑 같이 안 살고 주지스님과 산 건데, 스님이 아버지나 보호자라고 느낀 적 있으세요?
“절에선 아버지가 주지스님이라 그러고 관세음보살님이 어머니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럼 어머님보다 주지스님을 가깝게 느끼셨던 적도 있어요, 절에 계실 때?
“그런 거 없어요.”
—다시 19살로 돌아간다면 절에 가시겠어요?
“안 가죠.”
—절대 안 가세요?
“네.”
—왜요?
“그냥. 안 가고 싶어요.”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는 2024년 9월2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2024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에서 이 대법원 판결을 “30여 년간 장애인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하여 노동력을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의 행위를 선행과 돌봄으로 포장하여 주체적으로 사회에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걸림돌 판결 중 하나로 선정했다.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노동권, 사회에 통합되어 생활할 권리 등을 모두 무시한 판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의미를 형해화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법원은 사찰이라는 종교적 공간의 폐쇄성, 사찰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피해자 상황, 피해자의 지적장애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법원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주변 사람들의 의사를 중심으로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김재왕 서울대 공익법률센터 변호사도 “엉뚱하게도 전통적인 차별의 개념(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주지스님이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차별적으로 대우했는가에 대한 논리가 나온다.)을 가지고 괴롭힘의 범위를 축소하는 데 사용돼서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괴롭힘은 일반적인 차별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에 비교집단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가해자가 장애인에게 고통을 줬다면 곧바로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어머니) 심부름도 자주 가고. 쓰레기 분리도 하고. 마트 가서 뭐 장 봐와라. 분리수거도. 절에서도 그런 거 많이 해봤기 때문에 심부름 잘해요. 화요일, 금요일 10시 반쯤 그쯤에 복지관에 반찬 타러 가고.”
—어머님이 혼자 살다가 든든해지셨겠네요.
“어머니(80대)가 예를 들어서 목욕탕 안에서 미끄러져갖고 쓰러지잖아요. 못 일어나잖아요. 그러면 내가 이렇게 부축해갖고 일어나요.”
—어머님이 어린 시절 얘기도 하시나요.
“집에 벽에 어릴 때 사진들이 다 붙어 있어요.”
—어머니랑 대화도 많이 하시나요.
“말 많이 안 해요. 같이 살아도 할 말이 없죠.”(웃음)
—영화관도 가고 취미 생활도 하시나요.
“테레비에서 요즘은 다 나오니까요.”
1985년, 장애인 복지제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지적장애인이 태어나면, 교회나 절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있었다. 주지스님을 대리했던 오영신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맡으면서 (김씨처럼 오래전 미등록 종교시설에 맡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된 통계를) 좀 찾아봤는데 없었다. (조사가) 잘 안 돼 있었다. 시설에 사는 지적장애인들은 완전히 감옥처럼 산다. 예수회 같은 데 보면 탈시설한 지적장애인들이 그룹홈에서 모여 살 수 있게도 한다. 무슨 말이냐면, 지금 장애인들이 종교시설에도 많이 맡겨져 있고, (복지제도가 생기기 전에) 완충지대를 해온 측면이 있는데 흑백논리로 볼 수 없다는 거다. 인권위에서 ‘지금 지적장애인들, 경계성 지적장애인들은 도대체 어디서 살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또 이런 일이 반복돼도 괜찮은가. 미성년 때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종교 기관에 맡겨진 지적장애인이 노년에 접어들 때까지 선택의 여지를 박탈당한 채 미급여 노동을 감당해도 되는가. 때로 욕설을 듣거나 맞아도 마땅한가. 사회는 이를 점검하거나 감시하지 않아도 되는가.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임한결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대법원이) 먹여주고 재워줬는데 무엇이 잘못이냐는 논리를 인정했다. 미등록 종교시설에서 일어나는 일을 눈감아준 셈인데 사회복지시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큰 문제가 됐을 텐데 종교시설이라서 가능한 판결이었다”고 말했다.
2024년 6월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이 공동편집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연구’(경인문화사 펴냄)란 책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가 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전통적으로 장애인은 자선과 시혜, 복지의 대상이었다. 이를 넘어 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바로 권리담론이다. 장애인을 보호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동등한 권리의 소유자’로 보자는 것이다.”
“법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지가 중요하다.”(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치훈 소장)
대한민국에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22개 법률이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체계적인 보호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법의 존재가 곧장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담보하진 못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법부 판결들이 장애인 권리의 실질적 실현을 결정짓고, 사회를 변화시킨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매년 사법부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장애인 인권의 ‘디딤돌’이 되는 판결과 ‘걸림돌’이 되는 판결을 선정하고 있다. 2024년에도 2023년 1~12월 선고된 판결 중 ‘장애’를 언급한 판결, 장애와 관련한 사안이 중요하게 다뤄진 판결 4천여 건을 수집했다. 2024년에는 이 가운데 ‘디딤돌’ 판결 12건과 ‘걸림돌’ 판결 4건, ‘주목할 판결’(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많은 고민을 불러일으킨 판결) 2건을 선정했다. 판결문을 따라가다보면, 오늘날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가 보인다.
최종 선정위원으로 강송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김성태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인권증진팀 팀장, 배융호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이사, 변재원 소수자정책연구자, 윤여형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 임한결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조한진희 다른몸들 대표가 참여했다.
글·사진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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