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7월30일 한 노무사가 온라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직장갑질’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2017년 7월, ‘공관병 갑질’이 폭로됐다. 공관병에게 병역 의무의 신성함이란 육군 대장 부부의 ‘관노비’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그해 11월,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체육대회 때마다 노출 심한 옷차림과 장기자랑을 강요당해온 사실이 폭로됐다. 2018년 2월, 이번에는 대형 항공사였다. 회사는 70대 남성 회장이 본사를 방문할 때마다 여성 승무원들을 둘러 세워 손뼉을 치게 하고, 회장은 여성 승무원들을 껴안거나 손을 주물러왔다. 한 달 뒤에는 국적 항공사였다. 회장 딸이자 임원이던 이가 관계사 직원 얼굴에 물을 뿌리고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고성을 지른 일을 기화로 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오너 집안의 행태가 잇따라 폭로됐다. 그러고는 그해 10월, 성착취물 유통으로 걸태질해오던 이가 직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고 엽기적인 학대 행위를 해온 영상이 폭로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도 안 되는 사이 벌어진 사건들이었다. 결코 새로운 사회현상은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일터의 일상을 공기처럼 지배해온 현상이었다. 새로운 현상이라면 ‘폭로’ 자체였다. 더는 침묵하지 않는 피해자들이 도미노 현상을 이끌었다. 여론의 거대한 공분 속에서 제도의 공백을 찾는 이성이 작동했다. 2019년 7월16일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근로기준법 내 조항으로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 구제 의무를 사용자가 지도록 설계됐다. 다만 앞선 사건들의 죄책이 대부분 사용자에 의한 것임을 생각하면, 법 취지에 부합하는 운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지적 감수성이 높아졌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사용자의 소시오패스 같은 괴롭힘 사건도 드물어졌다. 얼마간 예방적 효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여럿이다. 하지만 피해 구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시민사회에서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자가 법 취지를 외면한 채 의무를 회피하거나 ‘셀프 사면’을 할 수 없도록 제도의 ‘구멍’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반면, 사용자단체들은 부작용을 도드라지게 강조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는 규정의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도와 결은 다르지만, 현장 일각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얼핏 혼란스럽다.
그러나 모든 법과 제도는 시행 뒤 진통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과도기적 현상에 그칠지 긴 혼돈으로 이어지거나 백래시(역공)의 빌미가 될지는 그 진통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달려 있을 터이다. <한겨레21>이 직장 내 괴롭힘을 대면하는 성숙한 태도란 무엇인지,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이것은 왜 괴롭힘인가 vs 왜 괴롭힘이 아닌가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82.html
직장내괴롭힘 ‘허위신고’ 말 많아도… 피해자 90%는 아직 ‘신고 포기’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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