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가 벽 쪽에 붙어있는 커다란 솥 위 후드를 청소하기 위해 창틀에 올라가 있다. 청소 중 낙상사고로 뼈가 부러지기도 하고, 독한 세척 약품이 아래로 흘러 떨어지면서 피부 화상을 입기도 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교육부의 ‘2023학년도 학교급식 실시현황’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급식을 실시하는 초·중·고·특수학교 1만2038곳 중 직영급식이 1만1783곳으로 전체의 97.9%를 차지한다. 일부 사립학교는 식수인원, 석식 문제 등으로 위탁급식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2.1%(255곳)다. 이 255곳 중에서도 일부위탁이 75.3%(192곳)나 되고, 전부위탁은 24.7%(63곳) 정도다.
하지만 최근 학교가 하나둘씩 완전한 직영급식을 포기하고 최소한 인력 채용은 위탁업체에 맡기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임금 과노동에다 학부모 민원 증가 등의 이유로 조리실무사들이 학교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결원율이 높은 학교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다. 그동안 운영돼온 직영급식 체제에서는 이상적으로나마 학생들에게 ‘밥 공부’를 알려주고, ‘조리선생님’들이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르치게 했다. 하지만 위탁업체에서 채용된 인력에게 학생들의 밥을 짓고 배식하고 청소하는 일은 학생·교육과 분리된, 그저 고된 노동일 뿐이다.
서울에서 조리인력 결원율이 가장 심각(강남서초교육지원청 산하 결원율 27.2%)한 지역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기자가 직접 일일 대체근로자로 일해보니, 위탁업체에서 채용된 인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급식실은 이미 기업화한 ‘컨베이어벨트식 급식공장’ 같았다. 고강도 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중년의 여성 조리실무사들이 서로 다독여가며 일하던 서대문구의 학교급식실과 달리, 이곳에선 위탁업체에서 채용된 인력들이 임시인력으로 고용된 비숙련 노동자들과 함께 수직적이면서도 사무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한 채 쉴 틈 없이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중년 여성 조리실무사들의 결원과 은퇴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학교라는 공간이 ‘교육급식’은 사라지고 ‘공장급식’이 돼가는 현재를 관통해 아프게 전한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① 1500명 먹이는 학교에 정수기 없는 급식실… 그들이 찬물 먹는 방법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28.html
② 급식실 고강도 노동 8시간, 어느덧 손이 덜덜 떨려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8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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