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낙동강 하구는 겨울에도 잘 얼지 않는 따뜻한 기후, 퇴적으로 만들어진 갯벌과 갈대밭,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의 풍부한 생물다양성 덕분에 우리나라 최대 철새도래지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1966년 낙동강 하구를 포함한 낙동강 하류를 철새도래지로서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부산 강서구가 보호구역 축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서구는 2022년 12월 부산시와 함께 문화재청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87.2㎢ 가운데 서낙동강과 평강천, 맥도강 등 19.4㎢를 보호구역에서 해제하자는 조정안을 냈습니다. 에코델타시티와 명지국제신도시 등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의 철새도래지 가치가 감소하는 등 낙동강 하류의 주변 상황이 변했기에 보호구역 일부 해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문화재청은 2023년 3월 전문위원 현지 조사와 낙동강 하류의 지방자치단체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철새 대체서식지 마련 방안 등이 미흡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강서구는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 등 내용을 보완해 11월 다시 문화재청에 보호구역 조정안을 냈습니다.
강서구는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로 신안치등섬, 수안치등, 가락동 농경지, 대저생태공원, 맥도생태공원 등을 제시했는데요, 적합하지 않은 곳이 후보지에 포함돼 문제가 됐습니다. 사람 왕래가 잦거나, 밭농사 구역이거나, 이미 철새서식지인 곳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대저생태공원·맥도생태공원과 가락동 농경지는 이미 철새서식지로 자리잡은 곳입니다. 게다가 신안치등섬과 수안치등은 오랫동안 농민이 밭을 일구던 곳이지요. 신안치등섬에서 50여 년간 농업을 이어온 김아무개(78)씨는 “당근이나 유채(동초) 등 농사짓는다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철새 서식 후보지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정도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제대로 된 환경분석 용역도 없이 철새 서식이 불가능한 곳을 대체지로 선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낙동강 하류에 여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철새서식지를 잘게 쪼갠 것도 모자라 보호구역 자체를 축소하며 엉터리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를 제시하는 강서구를 맹비난하고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2023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도 강서구의 보호구역 조정안은 전반적 준비 부족을 이유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강서구는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 등을 보완해 문화재청에 다시 보호구역 조정안을 제출할 방침입니다. 조정안은 철회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철새 대체서식 후보지를 검토 중입니다.
낙동강 하류 철새보호구역을 놓고 사람의 이익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후위기 시대 자연보전에 더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산=김영동 한겨레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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