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TV)에서나 보던 여름올림픽이 전북에서 열린다면 어떨까요. 전북특별자치도가 2024년 말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이 말이나 돼?” “도지사 차기 선거용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발표에 지역사회조차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요. 전북도의회에서는 올림픽 도전 계획을 뒤늦게 알고 전북도지사의 불통 행정에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유치 신청 이후 두 달여가 지나면서 처음의 부정적인 분위기가 “해보자” “할 수도 있다”는 기류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북이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1월12일 대한체육회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정식 대회 명칭은 ‘제36회 전주 하계올림픽’입니다. 전북은 애초 오랜 기간 올림픽 유치를 준비해온 서울특별시와 공동 개최를 추진했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단독 개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북이 혼자서 올림픽을 개최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충청과 영호남을 아우르는 비수도권 연대입니다. 배구나 농구, 탁구, 핸드볼 등의 시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규정에 맞지 않아 경기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지만, 나머지 시설들은 기존 시설이나 임시 건물을 활용하고 다른 지역의 시설을 이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 광주에서는 수영 경기를,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에서는 육상 경기를 치르는 방안 등입니다. 광주시장과 충남도지사, 충북 청주시장, 전남 고흥군 등에 이미 시설물 사용 허가도 받았습니다.
전북도가 비수도권 연대를 통해 2036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설 수 있었던 데는 IOC가 원하는 올림픽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효했습니다. IOC는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하며 미래유치위원회를 도입하고 나라 간, 도시 간 공동 개최를 허용했습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지역 분산 개최와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책임을 강조한 겁니다.
전북은 강점을 가진 ‘알이100’(RE100, 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활용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전통문화를 결합해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문화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구상입니다. 1월6~7일에는 대한체육회 실사도 진행됐습니다. 평가단은 주경기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과 해양 스포츠 중심지인 새만금, 무주 태권도원 등을 차례로 방문했는데요. 현장평가에서는 전북도민 3천여 명이 환영행사를 열며 실사단을 맞이했습니다. 김관영 도지사는 “체육회의 실사를 통해 전북자치도는 올림픽 유치를 위한 충분한 역량과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2036년 여름올림픽을 준비하며 유치 신청을 할 예정인 곳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10여 개국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북도로서는 무엇보다 국내 경쟁 도시인 서울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대한체육회는 현장평가단이 평가위원회의 서면·현장평가를 토대로 평가보고서를 제출하면, 국제위원회와 이사회, 대의원총회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 2월 중 국내 후보 도시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전주(전북)=천경석 한겨레 기자 1000pr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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