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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버린 유기견들, 다시 사람을 공격한다

2024 설 -충청남도
충남 태안·보령 등지서 관광객이 버린 개들이 들개로 바뀌어
등록 2024-02-09 11:57 수정 2024-02-14 10:19
안면도 등 충남 태안군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유기견들이 야생화해 염소·닭 등 가축은 물론 사람도 공격해 피해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안면도 등 충남 태안군 바닷가 마을을 중심으로 유기견들이 야생화해 염소·닭 등 가축은 물론 사람도 공격해 피해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 비율은 2022년 전체 2177만3507가구 가운데 34.5%(750만2350가구)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 살면 외롭죠. 그래서일까요.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family)이 합쳐진 신조어 ‘펫팸족’이 일상화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1천만~1500만 가구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집배원도 유기견을 보면 오토바이 핸들을 돌린다

충남의 고향 이야기는 ‘유기견’ 문제입니다. 김종필(49)씨는 충남 태안군 안면우체국 집배원입니다. 김씨는 2023년 12월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매일같이 개떼에게 쫓긴다고 말했습니다. 저만치서 개들이 보이면 오토바이 핸들을 돌린다고 하네요. 맞닥뜨려봐야 물리거나 할큄을 당하는 게 다반사니 피하는 게 상책이랍니다. “병술만 쪽으로 가면 주변을 둘러보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오토바이 소리만 나면 개 대여섯 마리가 정신없이 달려들거든요.”

안면도에서 들개화한 유기견들에게 피해를 입은 주민이 많았습니다. 김광호(69·안면읍 승언리)씨는 지난해 키우던 염소가 들개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그는 “들개는 3마리에서 많으면 8~9마리씩 몰려다닌다. 병술만 바닷가에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는데 그것들이 진을 치고 있어 못 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주홍(65·고남면 고남리)씨는 “지난해 9월 한낮에 풀 먹이려고 내놓은 염소가 들개들에게 물려 죽었다. 3년 동안 이 동네에서만 염소 20여 마리가 들개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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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은 2023년 677마리, 2022년 514마리 등 매해 유기견을 포획했지만 들개 개체수는 여전히 800여 마리 수준입니다. 태안이 서해를 낀 관광지여서 찾는 사람이 많은데 반려견을 버리고 가는 이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군 농정과 오세용 주무관은 “낚시꾼과 관광객이 많은 바닷가 마을 쪽에서 유기견이 많이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충남 서해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보령시는 어떨까요. 보령의 유기견 포획 건수는 2023년 395마리, 2022년 384마리였습니다. 주인이 찾아간 사례는 각각 55건과 45건입니다. 태안보다 적지만 반려견 유기 상황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령시 동물보호팀 김선명 주무관은 “대천항과 어항 쪽에 가면 어슬렁거리는 개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고 전했습니다.

유기견을 유해동물에 포함해 사살해야 할까?

태안군은 유기견들이 들개떼로 변해 가축을 죽이고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자 최근 야생동물 포획·구조 경험이 많은 군민 5명으로 ‘들개 전문포획단’을 꾸렸습니다. 총포를 사용하지 못하니 포획틀·포획망으로 들개를 잡은 뒤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서 보호할 예정입니다. 박용성 태안군의원은 “현재는 들개를 사살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유해조수구제법 등을 고쳐 야생화한 유기견을 들개로 규정하고 유해조수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가축과 인명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태안=송인걸 한겨레 선임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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