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김진수 기자
그 마을엔 아픈 사람이 많았다.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람, 귀가 잘 안 들린다는 사람, 허리를 다쳤는데 치료를 못 받았다는 사람, 화상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람, 이가 삭았다는 사람…. 한두 마디 질문에도 저마다 육체적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모두 경북 봉화군 영풍석포제련소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했다. 제련소 기계의 찢어질 듯한 소음과 흩날리는 분진, 지독한 냄새를 그들은 자세히 기억했다.
후회와 자책의 말이 많았다. “ 오래 일할 곳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우리 나이에 어디 갈 데가 없었다.” “괜히 더 일하겠다고 욕심부려 몸이 망가져버렸다.” 원망하는 말도 있었다. “회사에서 마스크라도 제대로 된 걸 줬으면 이가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산업재해가 맞는데 증명이 안 되니 억울해 죽겠다.”
어떤 이는 긴 소송 끝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2023년 4월 60대 노동자의 소음성 난청이, 2023년 11월엔 70대 노동자의 백혈병이 근로복지공단 기각 결정을 뒤집고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됐다. 어떤 이는 산재를 신청했거나 공단의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시작했다. 어떤 이는 산재를 신청하려다 직무관련성을 긍정하는 의사 소견서를 구하지 못해 포기했다. 모두 한 직장에서 아프고 병들었지만 산재 인정이라는 높은 벽을 넘은 사람은 아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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