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는 천혜의 자연유산입니다. 1만㏊의 광대한 면적에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넓은 갯벌과 갈대밭,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지역의 생물 다양성 등이 갖춰진 곳이라 예전부터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로 불립니다. 정부는 1966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했지요. 1990년대 겨울철 낙동강 하굿둑(1987년 준공)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철새가 홰를 치다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낙동강 하구 근처 개발 붐이 일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여러 아파트가 올라갔고 각종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수변 지역이 도시화하니,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낙동강 하굿둑에서 철새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철새 서식처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잘게 쪼개졌습니다.
철새 개체 수도 감소했습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겨울철 조류 조사 결과를 보면, 낙동강 하구 조류 개체 수는 2006년 1월 6만7천여 마리에서 2020년 1월 4만여 마리로 급락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흑기러기, 멸종위기종인 검둥오리사촌, 검둥오리 등은 자취를 감췄고 쇠제비갈매기, 쇠황조롱이, 덤불해오라기 등도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파편화된 철새 서식처 가운데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보호종인 ‘큰고니’ 수백 마리 등 여러 겨울 철새가 해마다 쉬어가는 핵심 서식처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철새를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부산시가 이곳을 관통해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길이 8.24㎞의 왕복 4차로 대저대교를 지으려 하기 때문이지요.
부산시는 2018년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를 지방환경청에 제출했는데, 2019년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2020년 부산시-환경청-환경단체는 3자 협약을 맺어 겨울 철새 공동조사를 했고, 환경청과 환경단체가 철새 서식처인 대저생태공원 남단 습지를 우회하는 4개 대안 노선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4개 대안 노선으로는 대저대교 건설의 실익이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고, 2023년 1월 환경청에 철새 서식처를 관통하는 기존 노선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어 2023년 9월 안에 대저대교 도로 건설 공사의 기존 노선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환경청에 낼 계획입니다. 본안 심사가 2023년 말 마무리되면, 2024년 상반기에 대저대교 착공에 들어가 2029년 개통한다는 것입니다.
환경단체는 거세게 반발합니다. 낙동강 횡단 교통량이 해마다 줄고 있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환경청이 제시한 대안 노선을 부산시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저대교가 부산시의 계획처럼 기존 노선으로 추진되면 낙동강 하구가 토목 사업장으로 바뀐다는 우려도 쏟아집니다. 환경단체는 부산시를 상대로 감사 청구와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생태학자들은 철새가 줄어드는 현상이 낙동강 하구 생태계가 악화한다는 지표라고 경고합니다. 생태계가 악화하면 결국 사람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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