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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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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살리기? 지역이 공항 살리기!

등록 2023-07-08 10:54 수정 2023-07-14 11:03

“‘케이블카’라는 환상이 있다.” 제1457호 표지이야기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다루며 쓴 기사의 첫머리입니다. 케이블카만 지어지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 관한 취재였습니다. 실제 전국의 케이블카는 대부분 만성 적자를 내고 있고, ‘권금성 케이블카’ 사례처럼 흑자를 내도 인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가덕도, 제주2공항, 새만금… 전국에서 추진되는 신공항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항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수없이 반복됩니다. 이런 막연한 기대감과 인식 때문에 신공항은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미 운영 중인 공항들을 보면 참담합니다.

<한겨레21>은 제1470호 표지이야기를 통해 만성 적자가 지속되는 지역의 공항을 들여다봤습니다. 국내 15곳 중 10곳 넘는 공항이 해마다 적자를 내는데, 지역 경제는 활성화됐을까요? 가장 적자 폭이 큰 공항이 있는 지역 주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영업손실이 가장 컸던 전남 무안국제공항과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을 찾아간 이유입니다.

기사에서 언급했듯 양양군 주민들은 양양공항에 기대감도 희망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공항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양양공항을 활성화하겠다며 출범한 플라이강원이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모을 때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해 도왔고, 국토교통부에서 번번이 플라이강원의 항공 면허 신청을 반려했을 땐 서울에서 집회를 열고 머리를 깎았습니다. 강원도와 양양군의 수백억원 지원도 이해해줬습니다.

그러나 전폭적 지원을 받은 플라이강원도 결국 버텨내지 못했습니다. 시민단체 미래양양 대표 김동일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플라이강원은) 자기자본이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강원도와 양양군에 손을 벌리면서 시작한 거죠. 강원도와 양양군은 어떻게든 양양공항을 활성화해야 하는 입장이고요. 제대로 된 항공사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잘못된 곳에 돈을 쏟아부은 거예요.” 애초 잘못 지어진 공항에,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않은 항공사가 취항하면서 밑 빠진 독에 예산만 계속 들이부은 꼴이 된 겁니다.

양양군 주민들에겐 공항이 경제를 활성화해줄 것이라는 환상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오히려 지역이 공항을 살리기 위한 처절한 노력만 20년 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양양공항이 도움이 되리라는 주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밑 빠진 독이 되어 도움만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양양공항도 지어지기 전엔 기대감에 부푼 ‘신공항'이었습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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