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된 대통령을 향해서 (포털이) 이렇게 비판과 비난 기사로 도배를 하면, 이것을 본 국민들이 대통령을 객관적으로 혹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포털 뉴스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 같다.”(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2023년 5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45호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는 네이버 뉴스서비스에 대한 성토가 끝없이 이어졌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네이버 측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하지만, 이건 알고리즘이 아니라 ‘속이고리즘’”이라고 덧붙였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윤석열을 검색하는데 안철수·유승민이 나오고 제삼자가 비판하는 기사가 관련도 순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는 조작에 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포털 때리기’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포털의 뉴스편집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5월12일 발의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에는 포털 사업자가 뉴스서비스로 낸 수익을 정부에 제출하는 내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포털의 기사 배열 의무(신문법 제10조)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앞서 4월4일에는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양대 포털에 뉴스서비스 심의를 맡을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포털 뉴스 편향성 논란도 공영방송 공정성만큼 ‘단골’ 정쟁거리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시절 포털의 ‘보수 편향’이 심각하다고 비판했고,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오세요’ 문자메시지 파문이 포털 뉴스 편향성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일도 있었다. 2022년 4월에는 포털이 자체 누리집에서 뉴스를 보여주지 않고 각 언론사 누리집으로 연결(아웃링크)하기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민주당 당론으로 추인해 171명 의원이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다만 그동안 민주당은 주로 포털 사업자와 뉴스의 ‘거리두기’를 강제하려 했다면, 국민의힘은 포털의 뉴스 편집에 대한 정부 통제를 강화하려고 시도하는 데서 차이점이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았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5월 이미 “포털이 가짜뉴스의 숙주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네이버·카카오의 알고리즘 검증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2024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포털 때리기’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5월11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사이트 대표와 임직원에게도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 등을 포함해 포털 관련 법안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라고 당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의 이런 움직임에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14일 “거대 뉴스 포털을 둘러싼 편파성·불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여론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다각적 대책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대안은 대부분 포털이 이미 자율적으로 이행해온 것이다. 네이버는 2018년과 2020~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운영했다. 위원 구성은 인공지능, 컴퓨터공학, 커뮤니케이션, 정보학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카카오도 뉴스서비스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려 2016년부터 운영한 ‘미디어자문위원회’를 2023년 ‘뉴스투명성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2015년 네이버·카카오가 학계, 언론·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만든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도 있다. 제평위는 2023년 3월 7기 활동이 종료돼 8기 구성을 앞뒀으나, 5월22일 잠정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자율규제기구였던 제평위를 법제화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6~7기(2021~2023년) 제평위원으로 참여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그동안 제평위 운영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포털도 불신을 쌓아온 건 맞다. 그렇다고 제평위 역할을 행정기구가 대체하거나 정부가 직접 포털의 뉴스 배열을 들여다보는 게 대안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입법은 언제나 위헌 가능성을 섬세하게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포털 뉴스서비스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털이 저널리즘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한편으로 기술 발달, 양극화로 인한 시민의 뉴스 소비 행태도 급변하는 국면으로 본다. 5월 <미디어오늘> 보도를 보면,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 19곳의 모바일 페이지뷰가 1년 전(2022년 1분기)과 견줘 45.5% 떨어졌다. 이 보도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포털 뉴스를 떠나는 현상도 뚜렷하다고 풀이했다. 뉴스 소비에서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포털은 뉴스 소비를 집중시키기도 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사회적 주목을 끌어내 총 주목 및 이용량을 증대시키기도 했다. 기술의 역동성과 규제 영향성을 고려하지 않고 포털 뉴스에 과도한 규제가 형성된다면 저널리즘 전반에서 ‘주목의 결핍’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좌우 또는 여야 모두가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해 현재 상황을 객관화해 진단하고 대처해야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환경을 마련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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