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물감으로 글씨, 그림, 무늬 따위를 새김. 또는 그렇게 새긴 것. 보통 맹세의 표시나 치레 따위를 하느라고 새기며 미개 사회에서는 주술이나 장식의 의도로 행하였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문신’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영 시대착오적인 것 같습니다. ‘미개 사회’라는 용어 자체가 차별적일뿐더러, ‘현대 사회’에서도 문신은 여전히 맹세, 주술, 장식 의미로 쓰이니까요.
문신은 타투라고도 하죠. 눈썹, 아이라인, 입술, 머리카락 등을 반영구화장으로 그려넣는 일도 크게는 타투의 일종입니다. ‘신체발부수지부모’를 강조하는 유교관념이 있다지만 한국인들은 신체를 변형하는 성형수술에도 마음을 활짝 연 지 오래입니다. 타투 취재를 하면서 저도 놀랐습니다. 반영구화장과 타투를 접한 국민이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니까요. 국민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인데, 실제 느끼는 감각과 거리가 멀지 않습니다. 이제 타투와 반영구화장은 지역이나 연령대 구분할 것 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한국인의 신체 장식 문화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알다시피 유명 남성 정치인들도 눈썹 문신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지 않습니까? 여성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2000년대 이후 한국인의 타투는 세계 타투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타투이스트의 일을 불법화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타투나 반영구화장은 법적으로 ‘의료행위’이고, 의료행위는 의사가 하지 않으면 불법입니다. 반영구화장을 시술하는 의원에서도 실제 시술은 문신사가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불법입니다. 쟁점은 타투와 반영구화장이 의료행위인지 아닌지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투나 눈썹·아이라인·입술 반영구화장을 의료행위로 보고 의사에게만 맡겨야 할까요? 타투이스트의 일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타투업법)은 이번 국회를 통과하게 될까요?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타투는 단점이 많습니다. 너무 큰 그림이거나 눈에 잘 띄는 곳에 받으면 지루해져서 후회할 수 있습니다. 반영구화장도 나이 들면 살이 처지고 잉크가 번져 흉하게 될 수 있고요. 타투를 지우는 건 훨씬 아프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완전히 지우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피부에 그림을 그립니다.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신앙의 의미로, 주술적 의미로, 스스로 다짐하는 의미로, 멋지게 보이려고, 가족이나 반려동물을 기억하려는 마음으로, 그냥 좋아서 등등 다양한 뜻을 담아서 말이지요. 타투는 어쩌면 두려움과 그리움을 가진 인간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생긴 장식 문화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21 토크ㅡ지난호 <한겨레21> 표지 기사의 뒷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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