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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들이 코딩학원으로 몰려가는 ‘코딩 교육 붐’은 최근 몇 년 사이 확산했다. 그보다 앞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코딩을 초등학생과 유아까지 배우게 된 ‘코딩 교육 바람’과는 다르다. 과거 ‘컴퓨터학원’으로 불린 코딩 교육 업체들은 비전공자도 누구나 쉽게 배워 국내 5대 아이티(IT) 기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에 입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교육비도 공짜다. 앞날이 막힌 취준생들 사이에 코딩은 마지막 동아줄이다. 몰려든 이는 많지만 모두가 줄을 잡고 비상하진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시작은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4월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비상한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2025년까지 160조원(국고 114조원)을 들여 일자리 190만 개를 만드는 계획이다. 지금의 코딩 교육 붐을 낳은 ‘케이(K)-디지털 트레이닝’(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훈련, KDT)은 이 한국판 뉴딜 가운데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이다.
뉴딜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처럼 디지털 뉴딜도 디지털 댐과 고속도로를 건설한다.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공공데이터 140만 개를 공개하는 ‘데이터 댐’(물을 활용하기 쉽게 모아 가둔 댐처럼 데이터 수집과 가공, 거래, 활용기반을 강화) 사업과 이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가 원활하도록 5G 전국망 등을 구축하는 ‘데이터 고속도로’ 사업이 양대 축이다. KDT는 이와 관련한 ‘디지털 핵심 실무인재’를 5년 동안 18만 명 양성하는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이다.
KDT 사업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는 이 사업의 위탁기관들에 비용을 지원하고 수강생은 전액 무료로 직업훈련을 받는다. 사업 첫해인 2020년 위탁기관 가운데엔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교와, ‘멋쟁이사자처럼’ ‘프로그래머스’ ‘네이버커넥트’ 등 코딩 교육계 인기 업체인 ‘혁신교육훈련기관’들이 참여했다. 특히 취업과 연계해 운영하는 것을 중심에 둬 구직자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몇 달 동안 공짜로 교육받은 뒤 일자리까지 알선받을 수 있다. 게다가 매달 출석률 80%를 채우면 최대 31만6천원의 ‘훈련장려금’도 받는다. 대학 3학년 이상 휴학생 등 ‘국민내일배움카드’ 발급이 가능하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5년 내 한 번만 들을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제약이다.
<한겨레21>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KDT 사업 예산은 첫해인 2021년 추경을 합쳐 2225억원이 책정됐다. 관련 공동 설명회가 그해 9월께 열리는 등 사업 시작이 하반기였던 탓으로 집행률은 36.6%에 그쳤지만, 2년차인 2022년 3248억원이 편성돼 2340억원을 쓰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짠 2023년엔 다시 1천억원가량 늘어난 4163억원이 편성됐다.
교육기관과 인원도 예산에 맞춰 늘었다. 2021년 107곳 1만1727명(교육 개시일 기준)에서 2022년 136곳 2만2394명으로, 다시 2023년(4월까지) 64곳 9525명이 교육 중이다. 2023년에 3만6천 명을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KDT 사업으로 모두 4만3646명이 교육받았고, 이 중 수료한 이는 2만2576명이다. 수료율 51.7%다.
국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르치는 국비 지원 과정은 ‘국가 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 등 KDT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KDT는 ‘코딩 부트캠프’ 방식 수업이라는 게 이전과 다른 점이다. 기초 이론은 짧게 배우고 프로젝트 수행을 중심으로 스스로 답을 찾고 팀원들과 문제를 함께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간다. 통상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6개월가량 교육받는다.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이란 개념은 양날의 칼이다. 이른바 ‘방치형 과정’에 실망해 중도 포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사실 이런 부트캠프 방식의 개발자 양성 과정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3년 네이버가 학력과 관계없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일종의 대학 개념의 ‘엔에이치엔(NHN) 넥스트’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관련 기업이 필요한 개발자를 육성하려 부트캠프를 운영했다. 네이버(현 부스트캠프), 삼성전자(SSAFY·‘멀티캠퍼스’가 위탁 운영), 우아한형제들(우아한테크캠프), 카카오(제주코딩베이스캠프) 등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서 기존 유행하던 부트캠프가 무분별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부트캠프 중 일부가 국비 지원 과정으로 바뀌었는데, 면밀한 점검이 없다보니 결국 교육업체만 돈을 버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교육기관 심사를 맡는 직업능력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사업 도입 3년차인 상황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노동부와 협의해 기관 모니터링 강화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려 한다”며 “교강사 확보가 어려워 온라인(비대면 실시간) 과정으로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현황이 어느 정도인지, 처음 과정이 승인됐을 때와 달라진 게 있는지 확인하고, 과정 운영 때 성과평가와 교육생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보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교육하려 한다”고 말했다. 고용부도 KDT 강사 양성 과정을 따로 만들어 2022년 시범실시했으며, 2023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2019년 설립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초대학장 이민석 국민대 교수는 <한겨레21>에 “정부의 KDT 사업이 시작되고 난 뒤 정말 온갖 교육업체가 이 시장에 들어왔다. 관련 과정을 운영하는 업체만 100개가 넘는데 이런 부트캠프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 경험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만 정부는 부트캠프의 아웃풋(성과)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다. 해마다 2천억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고 엄청난 (인력) 공급이 이뤄지지만 결과를 살피고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은 전혀 없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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