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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생들 문해력도 양극화?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순위 저하…하위권 학생 점수 하락과 시험 ‘디지털 역량 평가’ 강화 영향
등록 2023-03-20 00:51 수정 2023-03-22 09:46
서울시청 안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는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시청 안 서울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는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최근 ‘하루 이틀 삼일 사흘(나흘을 잘못 표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해력’이 또다시 화두가 됐다. ‘요즘 아이들 문해력’에 대한 우려가 언론, 서점, 온라인 공간에 넘쳐난다.

‘문해력 논란’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심심한 사과’였다. 2022년 8월 한 카페가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을 진행하다 오류가 나자 ‘심심한(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하다니 더 화난다’는 비난·욕설 댓글을 달았다. “심심한 사과란 말을 이해 못하다니 놀라긴 했어요.” <한겨레21>의 ‘디지털 문해력’ 인터뷰에 참여한 중학교 3학년 윤홍 군은 “(또래 친구들이) ‘은연중에’ ‘죽마고우’ 같은 말도 익숙해하지 않기에 심각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2년 1~2위였다가 2018년 2~7위로

흔히 ‘문해력 저하’의 근거로 거론되는 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피사) ‘읽기’ 분야 순위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분야 순위는 하락세인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평균점수를 웃도는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해 15살(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피사의 읽기 분야 순위는 범위 형태로 공개되는데,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2006년 1위, 2009년 1~2위, 2012년 1~2위였다가 2015년부터 순위가 내려갔다. 2015년 3~8위, 2018년 2~7위였다. OECD 회원국 중 읽기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거나 비슷한 국가는 에스토니아·캐나다·핀란드·아일랜드 정도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순위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습 격차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상위 국가와 비교했을 때 ‘기초적 읽기 역량에 관한 범주들의 정답률이 낮았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연구’ 보고서)는 지적이 있다. 피사 순위는 ‘평균점수’로 결정된다. 즉, 하위권 학생들이 ‘정보 찾기’ ‘이해하기’ ‘유창하게 읽기’ 등 비교적 기초적인 읽기 역량에서 낮은 정답률을 보이면 순위는 내려간다.

2022년 시행된 피사 결과는 2023년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데,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평가라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습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 학생들은 그래픽, 일정표 읽기 어려워해

읽기 분야 순위 추이 그래프를 보면 2015년 시험부터 학생들의 평균점수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피사 ‘읽기’ 분야를 분석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현정 박사는 “실제 역량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2015년부터 시험을 컴퓨터 기반으로 보고, 디지털 역량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시험이 바뀐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수능처럼 몇 개 단락으로 잘 구조화된 텍스트를 독해하는 방식은 우리 학생들이 정말 최상위 수준인 1위였는데,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역량을 측정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영향받았을 수 있다”며 “피사는 수능 문제 같은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인터넷 환경의 실제 상황처럼 텍스트를 접하고, 읽기 목적에 따라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본다. 어떤 건 그림을 제시하거나, 링크를 타고 넘어가보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상황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피사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 ‘OECD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연구: PISA 2018 상위국 성취특성 및 교육맥락변인과의 관계 분석’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복합적 성격을 가진 텍스트에 대한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남.” 문장과 단락으로만 구성된 형태가 아니라 그래프, 일정표 등 다양한 혼합 형태의 텍스트를 읽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여러 저자가 써서 출판의 맥락이 다른 ‘다중’ 출처의 텍스트가 나오면 정답률이 떨어졌다. 개인의 관심사나 진로가 아닌 공적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향상과 관련되는 성취 기준을 보완하고 의사소통 환경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우리는 왜 읽는가’를 생각해보면

피사 국제본부는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라고 본다. 글을 쓴 저자의 관점을 탐구하는 것. 글이 신뢰성과 진실성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것. 글이 자신의 읽기 목적 및 목표와 관련됐는지 판단하는 것. 학생들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수많은 글을 접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자신의 ‘실생활에서’ ‘자신의 목적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읽고 있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정보 조사 활동을 많이 시키지만, 이 정보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해관계를 따져보고 자기 입장을 갖고 조사하는 교육은 잘 하지 않아요. 특정한 입장을 갖지 않고 중립적으로 정보를 다루도록 하다보니, 정보의 주관성이나 편향성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 자체가 어렵습니다. 찾은 정보의 내용이 사실인지 의견인지 구분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미디어는 늘 뭘 배제하고 뭘 내세울지 결정하는 주관성과 편향성을 갖고 있음을 알고,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판단하게 해야 하잖아요. 아이들이 정보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정현선 경인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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