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이나 한다고 더 무시해.” 특성화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의 죽음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에서 형사 유진(배두나)은 소희(김시은)의 죽음을 쫓으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콜센터의 통신서비스 ‘해지 방어’팀에서 고객의 폭언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소희의 일은 몸이 ‘떨어지거나, 끼이거나, 부딪히거나, 깔리고 뒤집히거나, 물체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갓 사회에 나온 청년여성을 죽음으로 내몰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상사는 실시간으로 고객과의 대화를 감시했고 매주·매달 성과지표를 공개해 실적을 압박했다. 제대로 버티지 못한 동료들이 들고 나는 시간을 견디면서 소희의 얼굴은 점차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영화 속 콜센터 장면을 가득 메운 이들은 소희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여성 노동자다. 낯설다. 노동의 얼굴은 언제나 ‘남성의 것’이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산업재해 통계다. 고용노동부는 2022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 현황’(2021년)을 발표하며 “건설·제조업에서 70% 이상 발생했고 그 밖의 업종에서 27.4% 발생했다”고 짚는다. 상대적으로 여성노동자 비율이 높은 업종은 ‘그 밖’에 해당할 뿐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저출생 문제가 대두하면서 그나마 ‘임신·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는 3040세대 여성에 대한 관심이 조금 늘어났지만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은, 또는 결혼 생각이 없는 청년여성 노동자는 ‘그 밖’의 영역보다 더 바깥에 존재했다. 가장 잦은 산재 유형인 ‘떨어짐, 끼임, 부딪힘, 깔림·뒤집힘, 물체에 맞음’만으로는, 소희의 일이 그렇듯, 청년여성의 노동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노동건강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이 2022년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을 통해 이들의 노동환경과 경험을 살핀 것은 이런 이유다. 청년여성이 나이와 성별 등으로 인해 중첩된 차별을 견디며 어떻게 다치고 부서지고 깨어지는지 현미경으로 살폈다. <한겨레21>이 만난 산재를 경험한 청년여성 노동자 4명은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다. “그런 일이나 한다”는 무시를 견뎠다. 한국 사회가 ‘다음’ 소희를 만나지 않으려면, 지금 이들의 노동이 어떤지 살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어린 여성’이라서 더 가혹한 산업재해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451.html
힘써야 힘든 일이라는 지독한 편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441.html
여성은 왜 산재 신청을 안 할까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4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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