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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왜 산재 신청을 안 할까

2022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 지원 결과보니
등록 2023-02-28 00:31 수정 2023-02-28 07:08
특성화고 실습생의 산재사망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 중 한 장면. 영화사 제공

특성화고 실습생의 산재사망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 중 한 장면. 영화사 제공

노동건강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2022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왜 하필 ‘청년여성’이었을까.

“2019년부터 농업, 어업, 돌봄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산재보상 사각지대 해소’ 사업을 해왔는데, 남성보다 여성 지원자 비율이 크게 적었다. 실제 여성이 산재보험으로 보상받는 비율도 현저히 낮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청년여성의 산재 문제를 발굴해보자는 취지였다.” 서지희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권위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직장문화에서 청년여성이 겪는 스트레스나 질병 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제도적 문제임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 지원한 만 19~34살 청년여성은 총 400명이었다. 심사를 거쳐 이 가운데 50명이 선정돼 지원금 100만원을 받았다.

신청자 400명 중에서 “산재 신청을 해봤다”고 응답한 이는 19명에 불과했다.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부담했다”는 이도 12명뿐이었다. 가장 많은 이유(복수응답)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잘 몰라서”(39.2%)였다. 그다음은 “산재보험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22.5%), “해고·불이익 우려”(21.2%)를 이유로 꼽았다.

노동건강연대는 “신청자에게 전화 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며 신청하지 않은 까닭을 물었더니 많은 이가 ‘정신질환도 산재가 되는지 몰라서’ ‘일용직이라 산재가 안 될 것 같아서’ ‘사고가 난 건 아니어서’ ‘중량물 작업을 한 건 아니라서’ 등의 답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년여성들이 산재보험제도가 사고나 중대재해에만 해당한다고 ‘오해’하는데다 실제 산업별로 요양재해자 분포를 따져봐도 제조업(26.6%)·건설업(24.7%)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고용노동부 ‘2020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신청자 400명의 직업은 자영업자, 상담원, 개발자, 간호사, 네일아티스트, 물류센터 상하차, 방송작가 등 다양했는데 ‘일하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겼던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은 ‘월 200만원 미만’을 받은 사람이 231명(57.8%)으로 절반을 넘을 정도로 열악했다. 월 200만원 이상 250만원 미만을 받은 사람도 109명(27.3%)이었다.

지원금을 받은 50명에게 사용처를 물었더니 치료비(78%)와 생활비(주거비·식비 제외, 58%), 식비(34%)로 썼다는 응답이 많았다(복수응답). 이들은 “정기적·비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할 수 있게 됐”고 “운동 등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쉴 수 있는 날이 생기는 등 여유시간에 변화가 있”고 “병행하던 일을 줄이는 등 노동시간에 변화가 있다”고도 답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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