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수도권으로 향하는 경향이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이 심해질수록, 지역 자체의 위기도 가속화한다.
국내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수도권으로의 순유입(전입자-전출자)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꾸준히 줄다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경향은 주로 청년층이 주도한다. 2022년 20·30대는 수도권으로 6만4368명 순유입됐지만, 40대 이상은 3만4473명이 순유출됐다. 늘어나는 수도권 인구가 20·30대로 채워지는 것이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 지역의 청년 유출이 가장 심각하다. 부울경에선 2022년 20·30대가 3만436명 순유출됐다. 경남에서 1만8827명, 울산에서 4971명이었다. 2015년만 해도 경남의 20·30대 순유출은 1686명에 불과했다. 울산도 974명이었다. 7년 동안 각각 11배,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부산만 소폭 줄었다.(2015년 7658명→2022년 6638명)
부울경 지역 청년인구 유출은 주요 광역권 가운데 가장 심각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정리한 자료(2022년)를 보면, 전국을 7대 광역권으로 나눴을 때 2021년 기준 동남권(부울경) 청년층(15~34살) 순유출자가 3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경권(대구·경북)이 2만여 명으로 그다음, 이어 호남권이 1만3천여 명이었다. 반면 충청권은 인구 유출이 없었고, 강원권과 제주권은 소폭이지만 인구가 늘었다. 7대 권역 중 동남권의 청년인구 유출이 가장 많은 경향이 최근 5년간 지속됐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쓴 ‘청년층의 지역 간 이동에 관한 연구: 대학 진학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언급된 ‘출생 코호트’(5년 간격 출생자 묶음)별 수도권 거주 비중을 보면, 모든 코호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20대 초반(1차 유출)에 코호트 내 수도권 거주자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난다. 쉽게 말해 대학에 가는 과정에서 10명 중 1명꼴로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옮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다시 취업해야 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2차 유출)에 비슷하게 반복된다. 다시 10명 중 1명꼴로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간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수도권 거주 비중이 해당 코호트의 생애기간 내내 유지된다는 점이다. 한번 정착하고 나면 다시는 출신 지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수도권에서 살게 된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다. 이들이 이룬 가정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는 생애 시작부터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종의 ‘되먹임 효과’를 낳는다.
청년들이 나고 자란 지역을 버리는 이유의 핵심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전국 7대 광역권에서 동남권이 최근 가장 극심한 청년인구 유출을 겪는 이유도 이것이다. 창원공단은 전통적으로 지역의 대학 졸업자 수보다 일자리가 더 많은 곳이었다. 특히 ‘남해안 조선벨트’로 부르는 창원, 남해, 고성, 거제 등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관련 기자재 업체가 즐비했다. 부산, 울산을 비롯해 심지어 비슷한 산업이 자리한 전남 쪽에서도 청년이 유입됐다. 한데 2010년대 들어 조선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며 일자리가 사라졌고, 그 결과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년조차 자리를 못 잡고 수도권 등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맞았다.
이는 노무현 정부 이후 추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이른 것과도 관련 있다. 세종시로 중앙정부를 이전하고 전국 혁신도시 10곳에 112개 공공기관을 옮겨놨지만, 이전 효과가 충분하고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분석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 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2022년)에서 “우리나라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 핵심도시나 거점도시 중심의 산업발전을 통해 낙후지역과 농촌지역을 개선하려는 데 중점을 둬왔지만, 기대한 낙수효과 없이 실제론 수도권과 대도시 집적 효과, 불균형 성장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청년층이 다시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난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지역 청년을 길러내는, 인구 유출을 막는 댐 구실을 하는 지역 대학들도 위기를 목전에 뒀기 때문이다. 인구절벽 탓이다.
2023년 대학에 입학하는 2004년생은 모두 47만6958명이다. 한데 전문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모집인원은 이보다 6만4천여 명이 많은 54만1089명이었다. 입학정원 1600명 규모의 대학 40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 실제 2023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국 대학 14곳, 26개 학과에 지원자가 0명(최종 경쟁률 공개된 208개 대학 기준)이었다. 지원자 0명인 학과는 모두 지역 대학에 개설된 학과였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하다. 2002년 이후 14년간 4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17년 이후 30만 명대로, 2020년 이후 20만 명대로 가파르게 줄었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15년 뒤엔 전국 대학 40%가량이 신입생을 받지 못한다. 현재의 국내 대학 구조를 그대로 두면 ‘벚꽃 지는 순으로’ 지역 대학들이 사라질 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부경대 지방분권발전연구소가 낸 관련 보고서는 “전국 4년제 종합대학 203곳 가운데 70곳이 2031년까지 폐교될 것이고 그중 39곳이 지역 대학”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에 갈 만한 대학이 사라지면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2월1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역 대학 30곳을 선정해 5년간 1천억원씩 지원하는 지역 대학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국가 차원의 대비가 필요한 일을 개별 지자체 책임으로 떠넘겼다고 비판받았다. 청년의 수도권 쏠림을 억제하려면 지역 정주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세밀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진학과 취업 단계에서 지역 선택 연계성을 분석한 결과, 진학 단계의 정책적 개입은 그 영향이 미미하지만, 취업 단계의 개입은 그 영향이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며 “같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면 지역 대학의 진학보다는 지역 인재의 지역 기업 취업에 제공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비수도권 취업 청년의 소득을 늘리는 보조금·세제혜택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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