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은 뉴스부터 보면, 충남 부여군의 특별한 외국인 농업 노동자 정책, 경기 북부의 외국인 안보 관광객 급증,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조개 줍기, 거의 1세기 만에 다시 연결된 서울 창경궁과 종묘 기사가 눈에 띄네요.
물론 이번 한가위에도 묵직한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의 외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낙동강 8개 보로 수질이 나빠진 경남의 농업, 대구·경북의 수돗물 고민, 국립대에 처음 설치된 대전 충남대의 ‘평화의 소녀상’ 등입니다.
또 경전선 전남 순천역은 그 위치를 두고, 광주에선 대규모 쇼핑몰을 어떻게 할지, 전북 남원에선 산악열차를 놓을지 고민인가봅니다. 충북 청주에선 도청의 공무원 주차장 축소, 강원도에선 세 번째 ‘특별자치도’의 실효성, 경기도는 혁신학교 축소 방침이 논란입니다.
어떻습니까? 올해 한가위에도 엄청난 뉴스가 각 지역에서 쏟아졌지요? 우동뉴스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주
경상도와 전라도의 첫 글자를 딴 경전선은 남해안을 따라 광주~전남 순천~경남 밀양 삼랑진을 잇는 길이 300㎞ 철도다. 1905년 5월 경남 삼랑진~마산 구간(42.1㎞)을 시작으로, 1930년 12월 광주~여수 구간(155.5㎞), 1968년 순천~진주 구간(80.5㎞)이 이어지면서 전 구간이 개통됐다. 이 중 광주 송정~순천 구간(116.5㎞)만 철로가 하나이고 전철화가 이뤄지지 않아 ‘호남 소외’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정부는 2019년부터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하나로 90년 만에 경전선 전남 구간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 시민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도심을 관통하는 기존 선로를 재활용하기 때문이다. 순천 시민들은 안전과 도시 미관을 위해 도심을 우회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막대한 추가 예산 때문에 개량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는 여론도 있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2020년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광주 송정~순천 단선전철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를 보면 광주 송정~나주~보성~순천 구간(122.2㎞)을 단선 전철화로 개량할 경우 1조7703억원의 예산이 든다. 순천 도심(10㎞) 등 일부 구간은 기존 선로를 활용하고 순천역은 시속 250㎞로 달리는 준고속철이 하루 왕복 46회 지나가는 조건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광주~부산 운행 시간은 5시간42분에서 2시간36분으로 단축된다.
우리나라 정부는 대규모 신규 사업 계획을 세우기 전에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치도록 하는데 이 사업은 비용(C) 대비 편익(B) 비율(B/C)이 0.88, 분석적 종합평가(AHP)는 0.653으로 나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2조276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조만간 예타 보고서를 토대로 공사 기본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데 순천 시민은 정부가 기존 선로 활용안을 확정하려 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순천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2022년 8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8월28일 올림픽체조경기장 등 상경투쟁도 진행했다. 이들은 “도심을 가로질러 경전선 고속철이 운행되면 순천은 전라선까지 있어 세 조각으로 쪼개진다. 건널목만 10여 곳이 있어 안전문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순천시는 대안으로 도심 외곽 철로 23㎞를 신설해 전라선과 이어지는 우회노선(총 28㎞)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우회노선 예산은 기존 3016억원(21㎞)에서 2584억원이 늘어난 5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추가 예산이 예타 예산안의 15%를 넘으면 예타 재조사를 해야 하는데 국토부가 이미 14.5% 수준으로 기본계획 예산안을 세웠기 때문에 우회노선을 만들려면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나 국토부는 7월 전남도, 순천시 실무자와의 협의에서 ‘우회노선은 예타 재조사 탈락이 유력해 사업이 취소되거나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도 순천 시민 입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8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노선을 조정하면 사업비가 과도하게 들어가 고민”이라면서도 “기술적 대안이 있으니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8월26일 노관규 순천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순천은 경전선 구간 중 유일하게 도심을 통과해 순천 시민 입장도 이해된다”며 “새 정부에서 (이번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했다.
순천=김용희 <한겨레>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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