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이 시행 2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22년 3월29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현 정부에서 임대차 3법을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유예기간 없이 급격히 도입해 인위적 시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낳아 국민의 거주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 차기 정부는 임대차 3법 폐지·축소를 포함해 충격에 따른 시장 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 기간 ‘임대차 3법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의 연장선이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보완해 세입자 보호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수위의 임대차 3법 폐지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우려가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 갱신율이 70%에 이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기간도 3.5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세입자들의 주거가 안정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규 계약할 때 임대료가 과도하게 인상되는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2년을 산 뒤 2년을 더 살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때는 보증금을 5%까지만 올릴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이상 주택임대차보호법) △전월세 계약 후 30일 내 임대차계약 내용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부동산거래신고법) 등 세 가지 제도다. 혜택을 본 세입자도 있는 반면,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내놓지 않아 전셋값이 치솟았다는 일부 비판도 제기됐다.
임대차 3법은 주거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국민 38.1%가 무주택 세입자 가구이고, 서울은 절반이 넘는 54.1% 가구가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다.(2019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자가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10년7개월인 반면, 전세 거주자는 3년3개월이고 무주택 가구 중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비율도 36.4%나 됐다. 이러한 무주택자들이 겪는 주거난과 높은 임차료 등은 가계 부담과 자산 불평등, 사회 양극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임대차 3법은 지난 십수 년 동안 국회에서 입법이 시도돼온 우리 사회의 해묵은 숙제였다. 그러다 2020년 7월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임대차 3법 도입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1989년 이후 31년 만의 큰 변화였다. 그런 만큼 제도 시행과 정착 과정에서 부작용과 혼란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정착 중인 제도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폐지해버리면, 혼란을 잡으려다 또 다른 혼란을 부르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인수위는 “민주당을 설득해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수위의 말처럼 ‘폐지’보다 ‘설득’과 ‘개정’에 방점이 찍히길 바란다. 민주당도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을 보완해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흔들림 없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이 거대 야당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김규남 기자, <한겨레>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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