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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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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 터널이 뚫리고 다리가 놓여서 좋냐고요?

보령~안면도 잇는 국도 개통됐지만 여객선 끊겨…
보령시 “주민 불편 해소책 마련하겠다”
등록 2022-01-29 10:40 수정 2022-01-30 01:46
2022년 1월7일 낮,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저두항 주민들이 마을에 들르지 않고 운항하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있다.

2022년 1월7일 낮,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저두항 주민들이 마을에 들르지 않고 운항하는 여객선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가 육지라면~ 눈물은 없었을 것을~”

옛 유행가처럼 바다가 육지 되면 기쁜 일이 많이 생길까요? 2021년 11월 대천항~원산도를 바다 밑으로 연결한 길이 6927m의 보령 해저터널이 개통됐습니다. 이로써 원산도는 진짜 육지가 됐습니다. 2020년 태안 안면도에 연륙교가 놓였지만, 보령에 가려면 서산A·B지구 방조제를 거쳐 돌아가야 해 이동시간이 뱃길보다 더 걸렸죠.

해저터널과 연륙교가 준공돼 충남 보령(대천해수욕장)~원산도~안면도~태안반도를 관통하는 도로가 시원하게 뚫렸습니다. 길이 열리자 충남 서해안에 개발 붐이 일고 있습니다. 수도권·중부권·전라권에서 접근성이 좋아져 관광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이죠. 기대치의 척도는 땅값입니다. 바다가 보이면 얼마, 갈매기 울음이 들리면 얼마라고 하는데 직장인들에게는 언감생심이라는군요.

대천~저두 여객선 끊겨 노인들 외려 불편

그런데 말입니다. 육지가 됐는데 얼굴이 밝지 못한 섬 주민이 적잖습니다. 왜 그럴까요?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2리 원산도의 저두항 주민과 원산도 중심 선촌항 코앞에 있는 효자도 주민들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2022년 1월7일 낮 12시50분, 저두항 주민들은 마을 선착장을 지나쳐 항해하는 여객선을 보며 아쉬워했습니다. 이 마을은 2021년 개통된 보령 해저터널의 원산도 쪽 출구 옆에 있습니다. 터널이 개통되고 한 달여 만인 1월5일, 선사는 이 마을 기항을 중단했습니다.

여객선은 대천항~원산도 저두항~효자도~원산도 선촌항~안면도 영목항을 왕복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선촌항~영목항 구간에 이어 대천항~저두항 노선도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육지와 연결돼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죠. 보령시는 효자도 뱃길을 유지하기 위해 적자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1일 3차례 운항 1년 협약을 맺었습니다. 노선은 대천항~효자도~선촌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저두 주민은 답답하다고 가슴을 칩니다. 이 마을은 보령 해저터널의 원산도 쪽 출구에 있어 국도77호선 개설에 따른 혜택이 큰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혔어요. 그런데 여객선 대신 올 줄 알았던 보령 시내버스는 선촌항을 오갈 뿐 마을에 들르지 않습니다. 마을 진입로가 좁기 때문이죠. 정윤자(72)씨는 “섬마을 노인네들이 운전할 줄 알간디? 우리 동네는 발이 묶였다”고 하소연합니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작은 마을버스입니다. 이걸 타고 선촌항에 가서 시내버스나 여객선으로 갈아타야 합니다. 고덕례(81)씨는 “병원에 좀 편하게 가고 싶다. 시내버스 타기도 낯설고 삭신이 쑤시는데 짐이라도 있을 때면 갈아타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공사 피해 이어 관광객 차량 피해까지

이들은 무려 11년 동안의 터널 공사로 겪은 피해를 참았는데도 혜택이 없다고 서운해합니다. 주민들은 밤낮없는 발파와 공사 차량의 소음과 진동으로 집과 담에 금이 가고 밤잠을 설쳤습니다. 터널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배출해 마을 바지락 양식장도 황폐화했고요. 보상은 지하수 배출에 따른 어업손실 보상금 1억8700만원 등 4억여원을 받아 가구당 500만원씩 나눈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강정자(73) 저두 부녀회장은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땅값 올라 좋겠다고 하는데 자식들 복일지 모르지만 사는 우리는 너무 불편하다”며 “마을 안품(안쪽) 외에는 조개가 없다. 지하수 배출 통로인 큰물 쪽에 종패를 넣을 계획이지만 예전처럼 바지락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습니다.

주민들은 요즘 새 고민이 생겼습니다. 터널이 뚫리자 외지 차량이 밤낮없이 동네를 드나드는 바람에 맨홀 뚜껑 덜컹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정부현 원산2리 이장은 “충남도와 보령시가 저두 사람들이 겪은 고통을 헤아려 시내버스를 다니게 하고 바다 오염도 조사를 해 주민 생계 대책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두항에서 북쪽으로 약 5㎞를 가면 면 출장소, 파출소, 우체국이 있는 원산도의 중심지 선촌항이 있습니다. 선촌항은 해저터널과 연륙교 개통에 즈음해 신축 상가가 들어서는 등 기대감으로 들썩거립니다. 선촌항 코앞에 효자도가 있습니다. 두 섬의 직선거리는 약 300m, 선착장 간 거리도 약 500m입니다. 효자도 주민들은 육지를 잇는 유일한 수단인 여객선 운항에 불만이 많습니다.

보령시가 선사와 협약해 하루 3차례 대천~효자도~원산도 선촌항을 운항하는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효자도 주민들은 원산도~효자도 구간만 운항하는 도선이 필요하고, 구간이 짧은 만큼 요금을 내리고 운항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오계진 효자도 어촌계장은 “우리 섬은 때 묻지 않은 갯바위 풍경이 아름답고 낚시도 잘된다. 섬 발전과 주민 소득 증대를 꾀할 수 있도록 관광객이 우리 섬에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합니다. 그는 “해저터널 개통으로 돈 버는 이는 땅 사들인 외지인들이다. 10년도 넘게 국도77호선 공사를 하는 동안 충남도와 보령시는 원주민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불편을 겪기는 안면도 주민도 다르지 않습니다. 전성찬(70·태안군 고남면)씨는 “대천항~영목항 뱃길이 끊겨 자가용이 없으면 보령 시내를 다니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효자도 주민 “원산도 운항 선박 늘려야”

충남 보령시는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자 “국도77호선 개통에 주력하다보니 원주민 불편을 살피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저두 시내버스 운행 등 주민 불편 해소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효자도는 고민이 적잖다고 합니다. 고효열 보령 부시장은 “전용 도선은 물론 연륙교를 놓자는 제안도 있다”며 “효자도는 잘 보전된 자연환경을 살려 ‘차 없는 섬’같이 친환경 개발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민과 지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보령=글·사진 송인걸 <한겨레>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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