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8월17일 전남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상오마을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상오마을이 속한 포두면은 ‘소멸 고위험 지역’이다. 상오마을엔 45가구 67명이 산다. 류우종 기자
김씨의 딸 김현정(31)씨는 부산 동구 초량6동에 삽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산복도로 마을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합니다. 현정씨는 거기서 특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곳입니다. 마을 축제도 엽니다. 사업 목적 중 하나가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것입니다.
상오마을과 산복도로 마을은 ‘소멸 위험 지역’인 포두면과 초량6동에 있습니다. 소멸 위험 지역은 65살 고령인구가 20~30대 여성인구의 두 배가 넘는 곳이란 뜻입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나이 든 이만 늘어가는 걸 마을 사람들도 잘 압니다. 시골마을과 원도심 산동네만 그런 건 아닙니다. 현재 추세라면 2047년엔 전국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 지역이 된다고 합니다. 감사원이 2021년 8월13일 공개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어쩌면 살아날지도 모를 마을들을 <한겨레21>이 찾아갑니다. 그 마을엔 현실이지만 어느 마을엔 미래인 ‘소멸마을’ 이야기, ‘사라지는 마을에 살다’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_편집자주
약 100년 뒤 국내 인구 전망치는 극단적인 사회 변화를 예고한다. 2021년 8월13일 감사원이 공개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국내 인구는 2017년 5136만 명에서 2117년 1510만 명으로 줄어든다. 달리 말해 2017년생이 100살이 되면 국내 인구가 현재의 30% 수준으로 급감한다는 뜻이다. 국내 인구는 2047년엔 4771만명, 2067년엔 3689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는 고령화를 동반한다. 65살 이상 고령층 인구 비중은 2017년 13.8%(707만 명)에서 2117년 52.7%(796만 명)로 크게 늘 것으로 추산됐다. 2047년엔 39.4%(1879만 명), 2067년엔 49.5%(1827만 명)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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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전제를 깔았다. 2018년도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15~49살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을 유지하고 수도권 집중이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인구구조 변화를 전망한 것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말 국내 인구 절반(2592만5799명)을 넘어섰다. 2020년 말엔 전체 인구는 2만838명 줄었는데, 수도권 인구는 11만2508명 늘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더 커졌다. 청년층(15~34살) 수도권 거주자 비율도 2000년 48.5%에서 2019년 52.7%로 높아졌다. 합계출산율은 2018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1년 8월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2010~2015년 합계출산율은 1.19~1.30명 범위에서 오르내리다가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0.92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합계출산율 평균은 1.61명이다. 인구의 현상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이대로면 전체 광역시·도가 인구 감소의 흐름을 비껴갈 수 없다. 2117년엔 전국 17개 모든 광역시·도가 2017년 대비 인구 규모가 10.3~78.6%포인트 줄어든다. 고령층 인구 비중은 모든 광역시·도가 2067년에 40%를 넘는다. 시·군·구 ‘소멸 위험 지역’도 널리 퍼진다. 국내 소멸 위험 기준은 2016년 3월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이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했다. 일본 창성회의 의장 마쓰다 히로야가 2015년 저서 <지방소멸>에서 활용한 기준(20~39살 여성인구 감소율)을 변용해 65살 이상 고령인구 대비 20~39살 여성인구 비율로 소멸위험지수를 뽑았다. 65살 이상 고령인구가 20~39살 여성인구의 두 배를 넘으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그중에서 그 비율이 다섯 배가 넘으면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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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26년 뒤인 2047년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 지역이 된다. 2017년 기준으론 시·군·구 229개 중 83개(36.2%)가 소멸 위험 지역이었다. 2047년 소멸 고위험 지역도 229개 중 157개(68.6%)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 가운데는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처럼 서울과 대도시 시·군·구도 들어 있다. 2067년과 2117년엔 소멸 고위험 지역이 각각 216개(94.3%), 221개(96.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감사원 보고서 내용 중 ‘지역인구 불균형 실태 분석’에 참여한 이상호 부연구위원은 “2047년 모든 시·군·구가 소멸 위험 지역이 된다는 전망은 지방소멸 문제가 국가 전체적인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중에서도 소멸 고위험 지역이 157개(68.6%)에 달한다는 건 인구 불균형과 공동체 존속 위기가 대단히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소멸 고위험 지역은 향후 군 단위에서 공동체 인구 유지 자체가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중소도시는 현재 군 단위 수준으로, 광역 대도시와 거점도시들은 소멸 위험 진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구 감소와 ‘소멸 위험’도 지역 간 격차가 있다. 전반적인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도 인구가 늘어나는 지자체도 있다. 2047년 기준으로 2017년보다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시·군·구는 71개다. 2067년에도 시·군·구 16개는 2017년보다 인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 대구 달성군, 제주도 서귀포시 등이다.
반면 현재도 이미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시·군·구는 절반에 육박한다. 이상호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5월 현재 시·군·구 228개 중 106개(46.5%)다. 전국 읍·면·동 3553개 중 소멸 위험 지역은 1777개(50.0%)다. 같은 시점 소멸 고위험 지역은 시·군·구 36개(15.79%), 읍·면·동 1067개(30.03%)다. 시·군·구에서 소멸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경북 군위군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 경남 합천군, 경북 봉화군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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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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