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시들어가는 노년기를 성장기보다 늘이려 애써왔다. 그러니 노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노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101살에 유명을 달리한 전설적인 편집자 다이애나 애실은 2006년 91살에 <어떻게 늙을까>(2016)를 쓴 이유를 이렇게 썼다. “청춘에 관한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출산 경험을 다룬 책들도 쏟아져 나오는데” 노년을 다룬 책은 별로 없어서다. 애실이 책으로 보여준 것처럼 ‘할머니’들의 기록이 늘어나고 있다. 이 할머니들은 정형화된 틀로 가둬지지 않는, 몰랐던 ‘미지의 할머니들’이다.
김영옥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는 ‘늙은이’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인도, 노년도, 어르신도, 시니어 선배도, 할머니나 할아버지도, 할매나 할배도 다 온전한 자긍심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올바른 이름이 발명되기 전, 그나마 비슷한 ‘할머니’의 정의는 날로 풍부해지고 있다.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의 김원희씨는 “유골이라면 운송비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박막례 할머니가 유튜브에서 순발력과 유머감각을 뽐낸 지 어언 4년이 지났고, 유튜버 밀라논나는 ‘엘레강스’의 대명사가 됐다.
젊은층도 할머니에게 열광한다. 김연수는 다이애나 애실의 책을 읽고 쓴 글에서 “그때 어떤 분이 장래희망에 대해 물었는데 얼떨결에 할머니라고 대답해버렸다. 얼결이라고는 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상에는 멋진 할머니들이 정말 많다. 할아버지들은, 글쎄 잘 모르겠다.”(<시절일기>)
이런 마음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까. 무루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책의 제목을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라고 달았다. “나의 쓰기가 할머니의 바느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할머니의) 손은 오래된 것들을 쉽게 버리지 않는 손이고, 때로는 그것들을 모두 꺼내 과감히 자르는 손이며, 끝내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깁고 이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낼 줄 아는 손이다. 나이 든 어느 날의 내 손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손이기도 하다.”
여기 다정하고 과감한 미지의 할머니들이 있다. 어느 날 내 모습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그 세계로 떠나보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언제까지 달릴까, 그건 내가 정하는 것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56.html
할머니가 물려준 성의 본관은 ‘자유분방’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69.html
노년이 되면 그야말로 원대한 꿈이 가능하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63.html
“70에 시작해도 30년은 하는 거잖아요”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57.html
세월을 지혜로 바꾼 두더지쥐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임은정 “윤, 건들건들 반말…국정 문제를 가정사처럼 말해”
명태균 변호인, 반말로 “조용히 해”…학생들 항의에 거친 반응
[단독] KBS 박장범 7번이나 차량압류…과태료 상습 미납
명태균 파일 “김건희 영부인 사주…청와대 가면 뒈져” [영상]
명태균 변호인 “김영선 추천 경청한 윤…미담일 뿐 공천 의혹 아냐”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금성호 실종 12명 어디에…“1초라도 빨리빨리” 애타는 가족들
불과 반세기 만에…장대한 북극 빙하 사라지고 맨땅 드러났다
‘아들 등굣길 걱정에 위장전입’ KBS 박장범, 스쿨존 속도 위반 3차례
군,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북 미사일 발사’ 맞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