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박준 시인의 시, ‘장마-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속 한 구절 같은 계절이 왔다. 기상청은 7월2일 제주에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역대 가장 늦은 장마는 1982년 7월5일로, 이번 장마는 39년 만에 가장 늦은 장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잦은 비로 ‘이미 장마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 ‘날씨가 무슨 동남아 여행 온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회사원 ㄱ(32)씨는 지난주에만 편의점 우산을 4개나 샀다. “분명 집에서 나올 땐 날씨가 화창했는데 지하철 창문 밖으론 비가 내리더라고요. 개찰구에서 우산을 사서 밖으로 나가니 또 맑아. 장난하나.”
하지만 기상청은 6월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6월)22일과 23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강한 소나기는 시간대와 관계없이 내리는 특징을 보여 스콜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스콜은 열대지방에서 주로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를 뜻한다. 비가 내리더라도 공기가 바뀌기보다 습하고 뜨거운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가 원인으로 강수가 끝나면 선선해지고 다소 쌀쌀해지는 특징이 있다.
누군가에겐 낭만적인 빗소리가,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재난이 되기도 한다. 2020년 한국은 역대 가장 긴 장마와 함께 8~9월 연이은 태풍의 영향 등으로 최근 10년 연평균 피해액의 3배가 넘는 약 1조3천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제방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하고 곳곳에 산사태가 일어났다. 인명 피해도 46명에 달했다.
올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계절 예보, 특히 동아시아 여름철 강수 예보는 예측 인자가 적고 관련 역학 과정이 계속 변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바다와 육지의 영향을 고루 받는데, 지구온난화로 날씨를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진다고.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닌_기후_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다시 한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휩쓸지, 걱정되는 7월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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