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죄는 처벌을 받아야지만 범죄집단은 지은 죄가 아닌 만들어진 죄입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주범 조주빈의 항소심 선고가 열린 6월1일, 그의 가족이 취재진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에 이어 범죄단체조직죄를 인정한 항소심 판단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는 원심을 깨고 조주빈에게 징역 42년을 선고했다. 1심에 비해 3년 감형됐지만 범죄단체조직죄를 비롯한 주요 혐의가 인정됐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10년, 전자발찌 부착 30년, 추징 1억여원의 명령도 내려졌다. 조주빈은 2020년 11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40년에 2021년 2월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징역 5년이 추가됐는데, 항소심에서 두 재판이 병합돼 진행됐다.
징역 13년에,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징역 2개월을 추가 선고받은 ‘도널드푸틴’ 강아무개는 징역 13년, ‘랄로’ 천아무개는 2년이 감형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아무개는 장기 10년·단기 5년, ‘블루99’ 임아무개와 ‘오뎅’ 장아무개는 각 징역 8년과 7년으로 이들은 1심 형량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조주빈과 그 공범들이 범죄집단을 형성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범죄단체보다 통솔 체계나 조직력이 덜한 개념인 범죄집단은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면 인정된다. 조주빈 일당은 성착취물 제작·배포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역할을 분담해 일사불란하게 범행을 지속했다. 개인 범죄가 조직적 범죄로 진화하면서 피해자 수는 물론 그 피해 정도도 기하급수로 불어났다. 재판부는 이 점을 지적하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모니터 앞에 앉은 개인이 익명의 누군가와 협업해 성착취물 제작·배포에 가담했다면 중벌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항소심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은호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발달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산업화되고 조직화된 성착취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중대한 범죄라는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사건이 디지털성범죄 사건 처벌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지, 시청, 판매, 유포, 제작이 개별 범죄가 아니라 서로 증폭하며 반복적으로 구성된다는 디지털성범죄의 특징을 이해한 판결”(유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45년에서 42년으로 줄어든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재판부는 원심 사건이 병합된 점, 장기간의 수형 생활로 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점, 조주빈 가족이 항소심에서 일부 피해자와 추가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주빈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범의 재판 결과는 <한겨레21>의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아카이브(stopn.hani.co.kr)에서 재판이 종결될 때까지 업데이트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너머n’ 아카이브(stopn.hani.co.kr)에서 디지털성범죄를 끝장내기 위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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