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중(51·사진)씨가 콧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마스크를 끌어 올리며 슬며시 웃는다. 12월14일 김씨는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를 끝내 절단했다. 19년 동안 아팠으나 살리고 싶었던 다리다. “이렇게 된 김에 여기서 의족 할 수 있는 다리 상태가 될 때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사 선생님한테 말했어요.”
여기, 국립중앙의료원은 긴 시간 그의 다리를 “싹싹하게 봐준 곳”이다. 김씨는 ‘비코로나19 입원 환자’다. 2020년을 지내며 그렇게 불리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이곳 많은 환자처럼 의료급여 1종(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희귀성 난치 질환자 등 취약계층이 받는 공공부조)을 받는다.
서른한 살 때였다. 김씨는 발을 살짝 베고 동네 병원에서 발톱을 뽑았다. 그날 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작은 병원은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큰 병원에서는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했다. 염증이 혈관을 타고 번져 막히고 썩는 병이라고 했다. 젊은 나이라 절단은 가혹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와서야 “장담은 못하지만 최대한 살려보겠다”는 말을 들었다. 8시간 수술했다. 살렸다. 일하고, 재발하면, 다시 입원하고, 수술하고, 다시 돈 벌어 병원비를 댔다. 통증이 찾아오는 주기가 짧아졌다. 병원 오는 횟수가 잦아졌다. 일용직밖에 할 수 없었다. 병원 도움으로 4년 전 의료급여 1종을 받았다. 병원비는 숨통이 텄다. 생계는 빡빡했다.
다른 민간병원에 가보기도 했다. 이 병원과 달랐다. “이것저것 검사를 많이 해서 돈도 많이 들고, 아예 받아주지 않는 곳도 있었어요. 화가 나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국립중앙의료원 입원 환자 가운데 김씨 같은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23.1%다.(2020년 12월 기준) “사회적 취약계층은 적은 수의 공공병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민간병원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의료기관에서의 멸시와 차별, 배제, 의료비 부담 등으로 접근이 어렵다.”(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보고서’)
일반 병동에 불안이 감돈다. 코로나19 탓에 서둘러 퇴원해야 한다는 소문을 듣고 같은 병실 할아버지들이 김씨한테 묻는다. “나가야 하냐고요.” 어쩌면. 김씨는 2020년 3월에도 입원 보름 만에 쫓기듯 퇴원한 적이 있다. 여전히 아팠는데, 그를 가장 잘 알고, 그도 가장 좋아하는 이 병원에 머물 수 없었다. 3월부터 5월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은 비코로나19 입원 환자를 최대한 줄였다. 인력과 자원을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집중하라는 정부 방침을 따랐다. 2019년 12월 1만706명(연인원)이었던 입원 환자는 2020년 3월 1126명에 그친다. “마땅한 교통편도 없어 아는 형님 차를 얻어타고” 경기도 군포에 있는 병원까지 가야 했다. 거기서 가운뎃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다. “다시 이것저것 검사한다고 병원비는 보름 만에 200만원 넘게 나왔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제대로 치료를 마칠 때까지 머물러야 한다. 계획이 있다. “가구 일을 오래 했어요. 이번에 잘 마무리하면, 아는 사람 공장 한쪽에 공방 같은 걸 차리고 사람들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건 의족을 하고도 할 수 있으니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글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표지이야기-국립중앙의료원 48시간 르포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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