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열었습니다. 11월27일 나온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로 채웠습니다. 이곳( 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21/products/5242400774)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n번방’ 사건에서 우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비슷한 범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지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대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범죄로부터 완전히 차단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진공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성범죄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오히려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워졌고 위험은 커졌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도 걱정이 많습니다. 보호자는 어떻게 해야 안심할 수 있을까요. 물론 첫 단계는 자녀와 진솔하게 대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정보를 알려줘야 할까요?
자녀 스스로 디지털성범죄에 대항할 힘을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것 ‘A to Z’를 준비했습니다. 이 자료는 <한겨레21> 디지털성범죄 아카이브 ‘너머n’(stopn.hani.co.kr)에서 PDF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성범죄 예방 교육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에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범죄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최근에는 가해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런데 가해 예방이라니, 자녀를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하라는 뜻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쓰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성인식이 아이들에게 침투할 수 없도록 면역력을 길러주자는 취지이지요.
우리는 가해자가 되진 않더라도, 방관자가 되기는 쉽습니다. 침묵은 쉬운 선택지이지만 피해를 키웁니다. 가해자에겐 ‘그 정도는 괜찮다’라는 신호로, 피해자에게는 ‘조용히 하라’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성폭력 문제를 인식하는 데 주변인의 말 한마디가 큰 역할을 합니다. 타인의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그 순간에 주변인들이 제지하면 효과적으로 더 큰 범죄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로 굴러가는 바퀴 앞에 과속방지턱을 만드는 일이 바로 방관 예방 교육입니다.
이른바 ‘얼평’과 ‘몸평’. 장난으로 한 건데 뭐가 문제냐고요? 정빈이와 규민이는 친구들의 생각과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의 즐거움을 위해 친구들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성적인 욕구나 즐거움을 위해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채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것을 ‘성적 대상화’라고 합니다.
핵심은 당사자가 성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수학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을 두고 다른 친구들이 성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알면 불쾌하겠지요. 친구를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얼평’과 ‘몸평’은 멀리해야 하겠습니다.
몰래 사진 찍는 일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사진 찍는 행위를 ‘불법촬영’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그 사진을 단체대화방에 올리기까지 했으니 ‘불법촬영물 유포’이기도 하지요. 과거에 불법촬영은 ‘몰카’나 ‘도촬’로 불리며 가벼운 실수 정도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중대한 범죄로 처벌받습니다.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촬영한 개그맨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어요. 물론 처벌 여부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몰래 찍는 건 예절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니 하지 말아야겠지요?
성원이의 행동도 적절하지는 않습니다. ‘배신자’라서가 아니라 소문내서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건 이후 주변의 잘못된 반응으로 피해자에게 또다시 피해를 주는 것’을 ‘2차 가해’라고 합니다. 친구를 돕고 싶다면 당사자에게 이야기하거나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도 피해자가 고통받는 요소임을 공감해주세요.
‘진도’는 애인과 스킨십(신체 접촉)을 어디까지 했느냐는 의미이지요. 개인적 관계에 관한 질문, 성적인 말 등으로 상대에게 불쾌감이나 모멸감 등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합니다.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라며 억울해하지만, 질문한 사람의 의도보다는 듣는 사람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요? 사적인 질문을 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쌍방향 수업은 잘 활용하면 등교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 되지요.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비공개 채팅’은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이 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방심하기 쉽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지 않으니 평소보다 부주의하거나 더 무례하게 행동하기도 하지요. 채팅창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점, 그리고 비공개 채팅도 모두 기록에 남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글·만화구성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만화 정재윤, 기획 <한겨레21>
*[디지털 성교육 만화 ②] 아이 컴퓨터에 '직박구리' 가득하다면으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586.html
*<디지털 성교육 만화>는 아래의 링크에서 PDF 파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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