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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교육 만화 ②] 아이 컴퓨터에 ‘직박구리’가 가득?

등록 2020-12-01 20:28 수정 2020-12-03 11:00


<한겨레21>이 디지털성범죄를 정리하고, 앞으로 기록을 꾸준히 저장할 아카이브(stopn.hani.co.kr)를 열었습니다. 11월27일 나온 <한겨레21> 1340호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1년동안 일궈온 성과와 성찰, 그리고 여전히 남은 과제로 채웠습니다. 이곳( 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21/products/5242400774)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디지털 성교육 만화 ①] '얼굴 원탑' '몸매 투탑'이 칭찬이라고?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586.html

“원하는 조합 댓글 ㄱㄱ”

가해 예방하기

실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얼굴만 합성한 것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합성사진이 마치 실제 찍은 사진인 것처럼 공유된다면 어떨까요? 불쾌하고 당혹스럽고 또 억울할 겁니다. n번방에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딥페이크’ 또는 ‘지인능욕’이라고도 하는데, 지인 얼굴을 다른 사람 신체와 합성한 사진을 공유한 사건입니다. 인터넷에 한번 올라간 사진은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기에 피해가 더 큽니다. 이런 이유로 합성사진을 유포하는 것도 디지털성범죄로 엄중하게 처벌받습니다.

방관 예방하기

친구가 올린 합성사진을 SNS에서 봤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작은 가해 행동(SNS에 친구 합성사진 공유하기)이 제재받지 않으면 점점 더 큰 가해 행동(불법촬영물 공유하기)을 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친구에게 하는 작은 잔소리가 큰 범죄를 막을 수 있으니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즉시 개입’을 해주세요. ‘스톱’(Stop) 메시지는 가해자를 주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래 관계와 분위기에 따라 반응 수준은 다양하겠지요. “그건 아니지” “그런 거 그만둬”라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발언, “아이, 왜 그래”라며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제스처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면 정색하거나, ‘…’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스톱의 신호가 될 수 있어요.

피해자인 친구가 지워달라고 요청해도 지워주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 탓을 하고 있네요. 이럴 때는 그냥 지나치지 말고 피해 입은 친구의 마음을 물어봐주세요. 추가로 어떤 조처를 하면 좋겠는지 의논하는 것도 좋겠지요. 피해자가 추가 조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피해자가 즉시 고발하거나 제재하지 못하는 것이 ‘괜찮아서’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염려돼서일 수 있으니 피해자의 감정, 표정, 행동에서 불안함이 느껴지는지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또, 고발하고 싶지 않다는 피해자를 의심하거나(“사실 서로 좋았던 거 아니야?”), 비난하거나(“이러니 찍혔지, 잘 좀 해”), 회유하거나(“고발해, 그러면 도와줄게”), 협박(“고발하기로 해놓고 안 하면 내가 뭐가 되냐”)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각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주세요.

“말하면 진지충이라고 하겠지”

방관 예방하기

이 사례의 주인공처럼 고민하다가 즉시 개입하지 못한 경험이 있나요? 무엇이 두려워서 그런지 스스로 들여다보세요. 친구와 멀어질까봐, 따돌림 당할까봐, 자신이 못난 사람으로 보일까봐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요.

상대에게 억지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도 성희롱에 해당해요. 사례의 주인공은 성희롱 가해 행위를 방관하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는 동시에 피해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자기 느낌을 그저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방관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너희는 재미있게 봤을 수 있겠지만 나는 메슥거리고 불쾌하더라.” 이런 말을 누군가 해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그 상황에 동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나면 비슷하게 느꼈지만 말하지 않았던 다른 친구가 대화방에서 공감하고 안도할 거예요. 또, 다음에 다른 곳에서 목소리를 보탤 용기를 낼 수도 있고요!

이제 방관자는 단지 ‘가해를 지켜보던 사람’에 그치지 않고 쉽게 가해하는 환경에 놓여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화방에 공유된 성착취물을 무심코 내려받거나 공유하는 순간 가해에 가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불법촬영물을 소지·구매·저장·시청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져요. 처벌 대상이 더욱 확장된 것이죠. 방관이 가해로 이어지는 환경을 막을 방법은 더 적극적으로 가해를 저지하는 것입니다.

가해 예방하기

다른 사람 사진을 몰래 찍은 것도 아니고, 본인 성기 사진을 본인이 보낸 것이니 아무 문제 없는 걸까요?

자신의 신체 사진을 보내는 것도 잘못된 행동입니다. 상대에게 억지로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일도 성희롱에 해당해요.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노출하면 처벌받는 것과 같이 온라인에서도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만한 사진을 보내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자신의 성기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다가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막히기 전에 빨리 봐야 한다고”

가해 예방하기

혐오감이나 성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나 영상을 전송하는 것은 성범죄에 해당합니다. 본인에게는 재미있는 영상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불쾌하고 혐오스러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음란물은 단순히 ‘야한 영상’ ‘19금 영상’이 아닙니다. 성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해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그려냅니다. 여성의 반응이나 생각, 감정은 고려하지 않고 남성의 욕구를 해소하는 데 집중하지요. 이 과정에서 상대의 존엄성이 크게 훼손되는데, 음란물은 이런 관계가 당연하고 심지어 여성 또한 즐긴다고 묘사합니다. 이런 영상을 자주 보면 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겠지요.

또한 ‘음란물’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되는 영상 중에는 ‘불법촬영물’도 있습니다. 사전에 합의한 배우가 등장하는 음란물과 달리, 개인 간 성관계를 몰래 촬영하여 공유한 것을 불법촬영물이라고 합니다. 불법촬영물에는 피해자가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불법촬영물을 보거나 공유하는 것은 직접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임을 잊지 마세요.

“아이 컴퓨터에 직박구리?”

방관 예방하기

이런 상황이 실제 벌어진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막막할까요?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 거야’도 방관의 태도입니다. 적극적으로 자녀와 음란물 시청에 관해 대화하고자 할 때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팁을 제안합니다.

스텝1 자녀의 성적 욕구를 인정해주세요

만약 자녀가 크게 비난받거나 혼날 경우, 성적 욕구나 성관계 자체를 수치스러운 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무성의 존재가 아닙니다. 자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텝2 성욕과 음란물 시청을 구분해주세요

음란물 시청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심지어 ‘안 보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음란물 시청을 당연하게 여길수록 자녀는 음란물이 보여주는 잘못된 판타지를 현실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시선에 익숙해지고 성범죄의 심각성에 둔감해질 우려도 있습니다. 평소 자녀 앞에서 음란물 시청을 농담거리 삼거나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텝3 차단하기보다는 대처 능력을 길러주세요

휴대전화·컴퓨터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음란물을 접할 경로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지요. 꼭 필요할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의존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음란물을 접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할 힘을 길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음란물을 접하기 전에 제대로 성교육을 하고, 음란물이 잘못된 방식으로 성관계를 묘사한다는 점을 짚어줘야 합니다.

글·만화구성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만화 정재윤, 기획 <한겨레21>

*[디지털 성교육 만화 ③]'문상' 살테니 학교 알림장 사진 달라고?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588.html

*<디지털 성교육 만화>는 아래의 링크에서 PDF 파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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