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13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강남구 삼성 서초빌딩 앞에서 ‘삼성이 망친 노동자의 삶, 삼성 재벌 손해배상소송·형사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한겨레21>은 제1301호 표지이야기(‘삼성은 다 보고 있다’)를 시작으로 제1304호 특집(‘삼성에 사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까지 네 차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노조 와해 1심 재판기록에 근거했다. 기록에는 A4용지 264쪽 남짓의 상황일지가 있다. 2014년 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협력사·날짜·진행사항·보충내용 항목으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동조합(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과 조합원 동향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자살 기도에 “조인식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
삼성 노조 와해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14년 5월17일 염호석 양산분회장의 자살이다. 삼성은 그동안 모은 염 분회장의 가족관계·연애관계 등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대응했다. 특히 염 분회장이 유서에 남겼던 ‘노동조합장’이 아니라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유족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이 돕고 거액의 위로금으로 회유했기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상황일지를 보면,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자살과 자살 기도가 여러 건 더 적혀 있었다. 회사와의 교섭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데 따른 노조 간부로서의 책임감,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에 따라 생긴 생활고 등 자살(기도) 이유는 다양했다. 삼성은 이들의 재산상태·가족관계·병력을 적고 향후 조처 내용도 기록했다. 어떤 자살 기도에는 “(단체협약) 조인식을 유리하게 전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달아놓기도 했다.
삼성 임직원과 경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 등은 2019년 12월 1심 재판에서 노조 와해(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무더기 유죄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노조 와해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가 회복될 수 있을까.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사찰당하고, 임금이 깎이고, 징계받고, 이런 고통 때문에 자살까지 기도했던 그 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국가도 피고 가운데 하나
무엇보다 삼성은 아직도 노조에 사과하지 않았다. 3월11일 삼성이 ‘억지 춘향’ 식으로 만든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계열사의 노동법규 위반에 대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무노조 경영 방침이 없을 것이라는 선언을 하라는 등의 권고를 내렸지만 삼성은 권고 이행을 미뤄달라며 버티고 있다.
그사이 전국금속노동조합은 4월13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조합원들이 받았던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게 핵심 주장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경찰·경총 등 노조 와해 사건 관련 피고인들,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지만 재판기록을 통해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이 피고 명단에 올랐다. 경찰관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도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국가 역시 100명에 이르는 피고 가운데 하나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10억원. 이 소장은 이렇게 끝난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삼권이 형해화되는 것을 막고, 삼성을 비롯해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기본권이 평등하게 보장될 수 있기를 바라며, 부득이 소송을 내게 됐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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