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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말려 죽이려 했던 이유”

첫 민주노조 설립 주도한 조장희 부지회장 인터뷰
등록 2020-07-04 12:59 수정 2020-07-08 00:09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삼성의 첫 ‘민주노조’ 타이틀이 붙어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지회(옛 삼성노동조합) 설립엔 조장희(49·사진) 부지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3년 동안 준비해 에버랜드에 노조를 설립했지만, 돌아온 것은 감시·사찰과 해고였다. 그리고 공황장애. 법원의 부당해고 취소 판결로 2017년 3월 복직했지만, 공황장애 증상이 심해져 상병·육아휴직으로 회사를 쉬고 있다. 노조 설립으로 얻은 질병이지만, 그렇다고 조합원이 8명인 노조에서 노조 일을 안 할 수도 없다. 6월29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근처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공황장애 증상이 어떻게 나타났나.

노조 설립 즈음해서 이뤄진 감사·해고 때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참다가 심해지면 약을 타 먹었다. 2014년 많이 심해져서 치료받으려 했는데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병원도 제대로 못 갔다. 2017년 복직한 뒤 회사랑 마찰이 심해져 병가와 상병휴직을 냈다. 2018년 검찰 수사 할 때 다시 심해졌다. 의사가 치료받는 동안에는 노조 일에서 멀어지라고 했지만 그래도 해야 하니까. 지난 3월 산업재해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재판기록을 직접 봤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검찰 수사 받을 때 참고인으로 출석하면, 검사가 놀라지 말라면서 미전실(미래전략실)이 작성한 문건을 보여줬다. 그런데 하나도 안 놀랍더라. 그동안 다 우리가 겪은 일이니까. 재판기록을 보니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 말 그대로 고사, 우리를 말려 죽이려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더라. 만약 문건이 없었다면 우리는 삼성의 계획을 추정만 한 채로 말라 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죄를 받은 실무자들은 아직도 현직에 있다.

미전실의 범죄 계획을 실행했던 이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고, 망설임이 없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 이들이 은연중에 삼성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수사받는 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느낀 게 아닌가 싶었다. 집행유예 받은 사람들 대부분 노사 업무를 하고 있고 고과 평가자다. 이들한테 사과하라고 전자우편도 보냈는데, 한 사람도 사과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잘못했다고 고개 숙였는데도 왜 우리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겠나. (노조 와해로) 유죄를 받더라도 삼성에서 페널티가 없다면 소용이 없다. 아무리 이재용 부회장이 노동삼권 보장한다고 해도 말이다.

복직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나.

9년 동안 단 하루도 노조 관련 사건·사고가 없었던 적이 없다. 상처도 많이 받고 지친 것도 있지만, 아직 노조 본연의 활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제대로 비조합원들에게 알려, 경험해보기도 전에 노조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없앨 수 있도록 소통하고 싶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 ‘법 위의 삼성 미전실’ 연속보도 모아보기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8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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