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혁씨가 부동산 강의를 하기 위해 공공기관인 ㅅ공단에 보낸 자기소개서. 한겨레
서준혁(40)씨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자유치자문관’ ‘서울시 도시재생 연구위원’ 등 부동산 전문가를 사칭해 전국으로 강의를 다닌 인물이다. 은 3주 전 보도한 제1242호 표지이야기에서 서씨에 대해 자세히 다뤘다. 그의 ‘사칭 비법’을 그대로 따라 해 허위 광고 기사를 주요 일간지 등에 내보내기도 했다.
보도 뒤 서준혁씨 관련 기사들이 대거 삭제됐다. 취재진이 지난해 12월12일 저장해놓은 기사 50건 중 21건이 1월2일 현재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 6개 언론사가 기사를 삭제했다. 보도가 정확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다.
하지만 기사만 삭제한다고 언론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6년 서씨가 일본 게이오대병원 정신과 의사 등을 사칭하다 걸렸을 때도 수많은 언론사가 기사만 삭제했지 정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서씨는 불과 1년 만에 새로운 허위 광고 기사를 유포해 부동산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서씨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하거나 정정 보도를 한 언론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서씨에게 속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ㄱ씨는 “2016년 언론사들이 문제를 알고도 그냥 숨긴 탓에 서준혁씨에게 속았다”며 “부동산 전문가 사칭도 이대로 덮어버리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삭제 조처라도 한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거짓 정보가 담긴 기사를 여전히 내리지 않은 언론사들도 있다. 의 자매지인 가 대표적이다. 4월30일치 ‘혼자 가는 4킬(Kill) 세대… 이들 위한 맞춤 복지 정책은’ 기사를 보면 서준혁씨를 ‘LH 자문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앞서 취재진에게 “서준혁씨는 LH 자문관이 아니며, 기관 사칭에 대해 이미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의 자매지인 도 마찬가지다. 11월13일치 ‘서준혁 자문관, 공익 목적 부동산 강의로 주목’ 기사를 보면 서준혁씨를 ‘서울시 도시재생 연구위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서 취재진에게 “도시재생 연구위원이란 직함 자체도 없고 서준혁씨가 재직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방송도 그대로다. 서준혁씨는 JTBC , 채널A , 서울경제TV 등에 출연해 부동산 전문가로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모습과 사기 피해를 본 사람을 상담해주는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지금도 온라인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서준혁씨는 최근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서 의 보도가 “함정취재”이며 “취재윤리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기자윤리강령을 첨부하며 “(공정보도)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씨의 거짓 정보를 그대로 실어준 언론사들이 이 강령을 참고하길 바란다. 돈 몇 푼에 사실 확인도 없이 언론사 간판과 기자 명의를 대여해주는 행위가 사라질 때,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함정취재’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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