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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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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휘청, 수출시장 먹구름…‘트럼프 스톰’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

환율 1400원 돌파, 코스피 2400선 붕괴… 관세 인상과 보조금·세액공제 폐지 예상
등록 2024-11-22 20:13 수정 2024-11-23 12:34
2024년 11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67p(0.31%) 내린 2,474.62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8.1원 오른 1,399.0원, 코스닥지수는 0.19p(0.03%) 오른 683.10으로 시작해 하락 전환했다. 연합뉴스

2024년 11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67p(0.31%) 내린 2,474.62로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8.1원 오른 1,399.0원, 코스닥지수는 0.19p(0.03%) 오른 683.10으로 시작해 하락 전환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400선 돌파. 코스피 2400선으로 하락.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기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불러온 ‘트럼프 스톰’의 영향이 거셌다. 미국 대선 이후 자산 시장에서는 승패가 뚜렷하게 갈렸다. 대표적 승자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이다. 미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선거 내내 트럼프를 전폭 지지했고, 트럼프 당선 이후에는 새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됐다. 이 영향으로 대선 이후 테슬라 주가는 40% 가까이 급등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불안 가중

 

비트코인도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시세를 보면, 2024년 11월19일(현지시각) 1비트코인은 9만4076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처음 9만4천달러 대에 진입했다.

반면 코스피는 연일 연저점을 찍고 있다. 11월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연저점을 찍었다. 11월15일에는 지난 8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장중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유럽과 아시아 증시 전반이 하락했지만, 한국 증시는 유난히 하락 폭이 컸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인상 등 적극적인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는 계속해서 한국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11월14일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코스피 주식 시가총액은 2024년 최저치를 찍었다. 637조7200억원으로 전체 시총(1972조6120억원) 가운데 32.33%를 차지했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은 국내 증시 불안을 가중하고, 국내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가 이어지면서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11월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0분 기준(주간 종가)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했다. 1400원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닥쳤을 때나, 2년 전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하며 ‘킹달러’를 기록했던 시기의 원-달러 환율 수준이다.

또 다른 악재도 더해졌다. 미 재무부는 11월14일(현지시각) 한국을 1년5개월 만에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했다. 조건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해당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이다. 이 가운데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두 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미 재무부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를 재지정 이유로 꼽았다. 2024년 6월 말 기준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3.7%를 기록했다. 1년 전의 0.2%에서 급증한 것인데 한국의 기술 관련 제품에 대한 상품 흑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023년 38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환율관찰국 지정 요건을 세 배 이상 웃돈 것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배터리 수출 등이 흑자를 견인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미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재무부의 공식적인 감시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대미 통상 압력이 따를 수 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24년 1~10월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443억12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한다. 이를 빌미로 트럼프 당선자가 관세율 인상,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등 경제적 압박에 나설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자는 재선 도전 공약집 ‘어젠다 47’을 통해 “일본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수입품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이 파괴되고, 미국 심장부 마을과 도시 전체가 황폐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도입하며, 무역 흑자가 많은 나라일수록 관세를 더 매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보편관세 적용하면 GDP 최대 0.67% 줄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보편관세(수입품에 관세 10~20% 일괄 부과)가 현실화하는 등 통상 압박이 이뤄질 경우, 강달러(원화 약세)가 장기화하고 한국의 수출과 무역흑자 규모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보편관세가 시행될 경우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달러(약 61조7천억원) 줄고 실질 GDP는 최대 0.67%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관건이다. IRA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도입된 세액공제다.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를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업체 경쟁력을 키워 전기차 시장을 중국에 내주지 않기 위한 목적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IRA를 두고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탄소 감축을 목표로 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도 예고한 트럼프 당선자는 보조금까지 줘가며 전기차를 육성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하려면 보조금으로 유인하는 대신 관세 부과로 압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IRA를 폐지해 자신이 주장한 대규모 감세(법인세, 개인 소득세 인하 등)에 필요한 수조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IRA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감소하게 된다. 국내 완성차·배터리 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업계의 관심사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폐지 여부다. AMPC는 IRA에 포함된 내용으로,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h당 최대 45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AMPC까지 폐지될 경우 국내 기업이 받는 파장은 더 커진다.

이 세액공제를 위해 수십조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을 세웠거나 세우고 있는 엘지(LG)에너지솔루션·삼성에스디아이(SDI)·에스케이(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지어 시범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AMPC로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둔화를 만회하고 있었다. 한 예로,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원이었는데, 미국에서 받은 AMPC 4478억원을 제외하면 2525억원 적자였다.

IRA가 폐지되거나 혜택이 축소되면, 우리 기업이 받지 못하게 되는 보조금과 미국 공장 투자 금액을 포함해 최대 수십조원이 허공에 날아갈 수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해 캐즘이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트럼프가 IRA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11월1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이후 엘지에너지솔루션(-12.09), 삼성SDI(-6.81), SK이노베이션(-6.43) 등 국내 배터리 관련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경제 체질 바꿔야”

 

금융당국은 11월18일 2천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인한 한국 증시 이탈을 막겠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험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의견이 나온다. 단기 효과책보다 산업 편중이 크고 수출의존도가 높아 대외 충격에 취약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아직 대통령으로 취임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재처럼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이주빈 한겨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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