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민중은 개돼지”라던 어느 교육부 관료의 말이 화제가 됐을 때,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고시 출신 공무원을 취재하다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현실 인식, 선민의식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기에 보수 정권 10년을 지나며 강화된 보신주의도 현장의 손가락질을 받는다. 잠시 교육 담당 기자를 하며 교육부 실·국장들을 만났을 때 그들 중 다수가 수월성 위주의 제도권 교육에 치우쳐 있는 걸 보며 놀랐다. 교육은 ‘희망’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교육 관료들은 ‘현실’에만 매몰돼 있었다. 백년대계가 가능할 리 없다. 그런 의미에서 관료 통제는 혁신을 바라는 정치세력의 오랜 숙제다.
청와대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배경에도 이런 ‘숙원’이 깔려 있다는 게 여권의 관측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유치원 방과후 영어학습 금지’ 등 김상곤 현 교육부 장관을 궁지로 몰아넣은 정책의 배후에 관료를 장악하지 못한 사정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탓에 여당에선 “관료를 장악하는 게 최우선”이라고들 한다. 집권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민주당에 ‘관료 통제 실패’는 가장 강력한 트라우마 중 하나기도 하다.
물론 유은혜가 김상곤을 넘어선 장악력을 갖춘 후보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 김근태 의원의 권유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유은혜는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동안’ 때문에 ‘파격 발탁’처럼 보이지만 81학번인 그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우상호 전 원내대표 등과 동갑내기다. 오랜 당직 생활 끝에 18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통합민주당이 참패해 데뷔가 늦어졌다. 스스로 당의 중심에 서려 했던 2016년 최고위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은혜의 정치를 보여준 적이 아직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그의 정치를 예상해볼 만한 몇 가지 힌트는 있다. 비교적 강성인 김근태계 정치인들 사이에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중심추 구실을 해온 점이다. 유은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동료 정치인들에 깃드는 존대의 표정은 여의도에서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것이다. 동년배 여기자들 역시 “여성 의원들 중 부디 앞에 좀 나섰으면 싶은 정치인”으로 그를 꼽곤 한다. 실제 그를 만나보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가치’를 좇으며 살아온 사람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진다. 적어도 박근혜 정부의 어떤 여성 정치인들처럼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하면서 자리를 지킬 이는 아닐 것 같다. 의원실 보좌진과도 교육정책 기조를 놓고 토론하길 즐긴다니, 소통에도 열려 있는 이인 것은 맞는 듯하다.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전여옥 전 의원은 “교사가 꿈이었다고 교육부총리가 되면 황당한 나라”라며 유은혜 낙마를 주장하고 있다. 6년 동안 국회에서 교육부를 감시해온 국회의원에게 자격이 없다면, 그가 생각하는 교육 전문가는 어떤 이일까. 전임 장관들을 돌아본다. 기계공학 전문가(이준식),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판사(황우여) 등이 기억난다. 자타가 공인했던 교육 전문가가 있긴 하다.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라면을 먹고 경질된 교육부 관료 출신의 서남수 전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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