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벌써 4주기를 맞았다.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현 정부는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위로해주고 있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소홀히 대접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생존자들과 그들의 가족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 대부분은 지금 대학에 입학했을 것이다. 배에서 무섭고도 잔인한 일을 겪은 이들이 아직 살고 있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날들이지만 해마다 이맘때쯤, 그들은 다시 그날 일어난 일과 배에 남겨진 친구들이 생각나 하루 종일 우울과 공포에 빠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다. 덩달아 옆에 있는 가족들도 맘고생으로 힘들어한다.
생존자와 피해 가족들을 위해 장기적으로 추적해 치료하는 맞춤형 심리치유 체계가 전혀 없다. 한 생존 학생의 가족은 필자에게 “그냥 병원에 가서 의사나 삼리상담사에게 참사 당시와 이후 경험을 반복적으로 진술할 뿐이다. 되레 2차, 3차 심리적 고통만 받게 돼서 아예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많은 생존 학생들이 현재 가족들 곁을 떠나 전국 여러 대학에 다니며 국가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무원의 곤경에 빠져 있다. 이들의 얼굴과 표정은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어두운 정서와 아픔이 언제든 불거져나올 수 있고, 그대로 방치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참사 생존 남성들도 예외 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게 외국인으로서 제일 놀랍고 화가 난다. 수많은 생존 남성이 군 복역 과정에서도 계속 병원을 다닌다는 얘기를 가족한테 들었다. 이들도 버티기 힘든 상황인데 폐쇄적인 환경에서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매우 우려스럽다. 그들 중 많은 이가 아직 수영이나 물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해군에 편입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하겠다. 오직 국민의 의무만 강조될 뿐,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불행과 고통은 남의 일이라는 게 이 나라의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의 국가 재난과 안전사고 대응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참담한 현실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를 기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국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사 생존자와 그 가족들은 변한 게 없고 여전히 고통과 위험 속에 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75명은 아직 스무 살이 안 됐고, 살아갈 날이 많다. 당시 배에서 탈출한 뒤 그들은 희생자 유가족들과 같이 아직까지 ‘다중 피해’를 입고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면 “잊지 않겠다”고 외치는 세월호 참사의 상징 구호는 그냥 빈말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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