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제1203호 <font color="#C21A1A">‘양안관계, 부러워 말라’</font>)에서 한국 사람들의 생각과 사뭇 다른 양안관계의 실태를 소개했다.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집권할 때는 물론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집권할 때도, 베이징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타이베이의 중화민국을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베이징 정부는 대만 독립을 반대하는 국민당에만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 웃긴 것은 몇십 년 전, 국민당과 공산당이 적대관계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금은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통일을 호소하기 위해 다시 손잡고 있다.
한국은 대만인들에게 ‘왜 독립을 주장하나’ 혹은 ‘대만은 이미 독립국가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사실, 대만 내에서도 견해차가 있다. 급진적 주장을 하는 이들은 국민당이 수립한 중화민국 정부를 일본에 이은 식민지 정부로 규정한다. 그래서 중화민국이라는 국명을 버리고 새로운 대만 헌법을 만들어 대만의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해야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대만 독립파의 핵심 사상이다. 이를 ‘대독’(台獨)이라 한다.
‘화독’(華獨)이란 주장도 있다. 대만은 이미 독립국가고 그 공식 이름이 중화민국이라는 것이다. 대륙에 있던 국민당 정권 시절에 만든 중화민국 헌법을 계승해 대만에서 이 헌법으로 성립된 정치체제를 유치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중화민국은 현재 베이징에 있는 공산당 정권과 통일을 원치 않고 추진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만 여당인 민진당 당헌에는 ‘대만공화국을 만들자’라는 대만 독립 강령이 담겼다. 하지만 2000~2008년 집권했던 천수이볜 총통은 대만 독립을 적극 추진하지 않고 오히려 “대만은 중화민국, 중화민국은 대만”이라고 했다. 현 차이잉원 총통도 비슷하다. 즉, 당헌에 ‘대독’ 강령이 명시됐지만 민진당 출신인 두 총통은 ‘대독’보다 오히려 ‘화독’ 노선에 가까운 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의 지위와 형태를 둘러싼 논쟁과 관련해, 대만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 선택할까. 국립정치대학교 선거연구센터가 매년 실시하는 ‘통일과 독립의 입장 추세’ 여론조사에서 윤곽을 살펴볼 수 있다.
대륙과 통일하기 원하는 대만인 수는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94년 20%대에서 현재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독립을 추구하는 이는 통일 지지자를 추월해 두 배 정도 늘었다. 통일을 원하는 사람은 이제 대만 사회에서 극소수자가 됐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현 상황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 비율이 최근 50~60%대 수준이다. 한마디로 ‘되는대로 살아가자’라는 것이다. 이런 대만인들의 생각을 소극적이고 또 부정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대만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보여준다. 중국과 통일하면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고, 급진적인 독립 노선으로 향하면 중국으로부터 온갖 정치·경제적 압박을 받아야 한다. 그로 인해 갈등이 심화돼 사회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만인들의 생각은 이런 양면이 충돌한 결과다.
그렇다면 대만 국민이 선호하는 ‘현 상황 유지’는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중화민국이란 국명이 유지돼 우리가 아직 중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또 ‘대만은 중화민국의 이름으로 공산당 정부와 구별돼 독립됐다’고 보는 이도 있다. 대만인들은 이런 모호한 국가 지위와 불확실성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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