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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지진이 한국서 일어난다면…

지진 일상화된 일본·대만서도 피해 못 막는데…

준비 안 된 한국이라면 더 큰 피해 우려
등록 2018-02-17 23:58 수정 2020-05-03 04:28
지난 2월6일 규모 6.0 지진의 충격으로 기울어진 대만 화롄의 빌딩. 연합뉴스

지난 2월6일 규모 6.0 지진의 충격으로 기울어진 대만 화롄의 빌딩. 연합뉴스

대만 동부 유명 관광지 화롄에서 2월6일 밤 규모 6.0 지진이 났다. 아파트와 호텔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무너져 현재까지 8명 사망, 260명 부상, 67명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났다. 2년 전 같은 날 대만 남부 지역에서도 지진이 나 아파트가 붕괴돼 117명이 숨졌다.

2009년부터 화롄에서 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은 총 9번이었다. 제일 큰 규모는 6.9인데 그때는 사망자가 거의 없었다. 이번 지진은 역대 지진과 달리 진앙의 깊이가 10km로 얕아 더 큰 진동이 느껴졌다. 역대 화롄 지진의 진앙은 깊이 20∼100km 정도였다.

대만 현대사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불러온 지진은 1999년 9월21일 일어났다. 대만 중부 지방에서 생긴 지진의 규모는 7.3이었다. 지진에 나름 익숙한 대만 사람들도 대경실색할 정도로 큰 지진이었다. 필자의 고향은 이 지진이 난 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당시 느낌을 말로 표현하면, 차 안에서 1초에 3번 정도 급속히 왔다 갔다 하는 큰 진동이 1~2분간이나 지속됐다.

지진이 나자마자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곳곳에서 불이 나고 건물이 무너졌다. 전국에서 이 지진으로 2415명이 숨졌다. 몇 달간 국가는 마비 상태에 빠졌다. 사망자 대다수는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다. 이 지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낸 자연재해로 기록됐다.

그 후 몇 년 동안 대만에선 기존 건물 재검증, 새 건물의 내진설계 강화 등 건물 보완 작업을 했다. 중앙정부와 연구기관은 단층활동 지대를 조사해 활성단층이 관찰되는 지역을 주택 시공 통제 지역으로 지정해 미래의 지진 피해를 막았다. 국가지진속보 시스템도 개발해 지진이 나면 10초 안에 대만 시민의 휴대전화로 관련 정보를 문자로 보내, 짧은 시간에 위기 대응과 구조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대만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효율적인 구조와 지원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그래서 심각한 재해가 일어나도 구조대가 신속히 출동하고, 민간단체들도 활발히 나서 이재민을 돕는다.

대만과 주변 해역에선 몇 달에 한 번씩 규모 4.0∼6.0 지진이 난다. 일본처럼 대만에도 지진은 이미 일상이 됐다. 그래서 뉴스로 경주(규모 5.8)나 포항(규모 5.4) 지진이 났을 때 한국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본 대만인들은 잘 이해를 못했다. 심지어 일본 은 “대규모 지진도 아닌데… 수능시험 연기”라는 기사도 내놨다. 대만인들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데 왜 그렇게 놀라느냐”는 반응이었다.

한국인들은 이런 주변국의 반응을 보며 불쾌할 수도 있다. 지진 피해를 당한 이들을 배려한다면, 이런 악의적 제목을 달진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똑같은 배려심에서 난 이렇게 되묻고 싶다. 20년간 일본과 대만 지진 피해를 지켜본 한국은 과연 뭘 배웠을까? 만약 규모 6.0 또는 7.0 이상 지진이 한국에서 일어나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나는 대만보다 한국을 더 많이 걱정한다. 큰 자연재해가 날 때마다 한국은 안전검증 시스템 부재, 대응력 부족 등의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결국 대만이나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재가 난다.

재난 대응 경험이 많은 일본에서도 2011년 3월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무려 1만5천 명이 숨지고,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참사가 터졌다. 대만도 대규모 지진 피해를 막으려 노력했지만, 이번 화롄 지진으로 건물 붕괴와 인명 피해가 났다. 우리에겐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자연의 위력 앞에 국적을 구별할 것 없이 인간의 힘은 미약할 뿐이다. 우리 힘으로 모든 재앙을 저지할 수 없지만 아무 경계나 준비가 없다면 남은 길은 죽음뿐이다.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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