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가 대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9월8일 개봉 이래 대만돈 3400만위안(약 12억7천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보다 한 달 전에 개봉한 의 6800만위안(약 25억5천만원)을 따라잡고 있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3억4천만위안(약 11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에 이어 대만에서 역대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를 봤느냐?”라는 말은 이미 대만 시민, 특히 한류 콘텐츠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세대의 인사말이 됐다.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단순히 송강호나 류준열 등 스타 배우들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담은 영화 주제가 대만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도 과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영화를 본 뒤 대만인들은 “228과 메이리다오 사건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청일전쟁 뒤 50년 동안 일본 식민통치를 받은 대만의 주권은 1945년 중화민국 정부에 이전됐다. 대만을 접수하러 온 국민당 군대와 공무원들은 대만의 정부체계를 독점하고 대만 현지인들을 배제했다.
국민당 정부는 전쟁 뒤 폭주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했고, 군대와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방임했다. 결국 1947년 2월28일 이후 전국적인 시위와 무장항쟁이 벌어졌다. 이를 ‘폭동’으로 규정한 장제스 총통은 대륙에서 군대를 파병해 사태를 진압했다. 대만 현지의 지식층도 숙청했다.
그 뒤 중국 공산당과 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철수한 뒤 계엄령을 발령해 독재통치를 시작했다. 1979년 반국민당 체제 민주파 인사들이 ‘메이리다오’(美麗島·아름다운 섬)란 잡지사를 만들어 ‘국제 인권의 날’인 12월10일 대만 2대 도시인 가오슝 도심에서 계엄령 해제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국민당 정부는 경찰과 특수부대를 출동시켜 집회를 진압했고, 메이리다오 잡지사 관계자 등 민주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해 반란죄 등으로 잡아 가뒀다. 1987년 계엄령 해제 뒤 이들은 민주진보당의 핵심 인사가 되어 정치권에 들어와 국민당 정부에 저항해왔다. 지난해 동시 실시한 총선과 대선에서 민진당이 승리를 거둬 현재 대만의 집권여당이 됐다.
수십 년간 228과 메이리다오 사건은 대만 사회에서 말할 수 없는 금기(禁忌)였다. 이 백색테러 시절에 수많은 사람이 숙청됐다.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과서는 이를 잘 가르치지 않는다.
대만 중·노년층은 를 통해 자기가 겪은 독재를 회상하고, 젊은 층은 이름만 들었던 228과 메이리다오 사건에 깊은 호기심을 느낀다. 사람들은 “한국과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왜 대만에서는 나 과 같은 영화가 나오지 못하느냐”는 자괴감을 느낀다.
이런 영화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수십 년간 대만 사회와 연예계는 정치적 논쟁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정치 이슈를 외면해왔다. ‘정치는 정치, 예술은 예술’이 대만의 주류 관점이 돼버렸다. 결국 드라마나 영화는 단순히 오락의 도구일 뿐 정치를 주제로 한 콘텐츠는 대중문화와 멀어짐에 따라, 이 땅의 역사는 흐려져 잊혔다.
중국도 그중 한 요소였다. 대만 국산영화가 부진한 20년 동안 수많은 대만 문화계 인사들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자연적으로 제작자들은 정치적 소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대만 사람들은 를 보고 감동받으며 자신이 어떻게 과거사와 정치를 대중문화로 표현하고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양첸하오<bbc> 중문판 객원 서울 특파원</bbc>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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