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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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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이기고 싶다, 미치도록

1992년 단교 이후 증폭된 대만의 반한 감정…

스스로에 대한 반성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
등록 2018-01-06 01:45 수정 2020-05-03 04:28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경기에서 콜드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경기에서 콜드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 대만 TV에서도 “In Pyeongchang we’ll gather, we can make together”(평창에서 우리는 모일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다)라는 구호가 담긴 광고가 자주 나온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여름 케이팝 가수들과 대만 타이베이를 찾았다. 최 지사는 대만 국민에게 평창으로 놀러와 경기를 관람하고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라고 적극 홍보했다.

대만의 한류는 대만 방송사들이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를 방송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젊은이들부터 중장년층까지 한국 TV를 즐겨 시청하게 됐다. 지금도 한류는 대만 국민의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장에 가면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TV 중계를 보거나 경기장에 가면, “한국인은 치사하다” “한국 X새끼들이 꼼수를 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대만인들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 중 과도한 승부욕을 갖고 있으며, 이기기 위해 반칙과 부정행위도 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만인들 생각 속에서 한국 선수들은 ‘반드시 타도해야 할 대상’이다.

왜 그럴까. 한국은 1992년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기 위해 대만과 단교했다. 이런 이유로 지금의 대만 중장년 세대는 한국을 ‘배신자’라 생각한다. 또 대만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에 추월당하면서 질투심을 품게 됐다.

스포츠 경기를 자주 보는 대만 젊은이들은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언론이 이들을 감성적으로 조작하거나 선동하면 반한 감정은 더 증폭된다. 2010년 말 열린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만 태권도 선수 양수쥔이 실격 판결을 받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승리를 거의 거머쥔 양 선수가 규정에 어긋난 전자호구 발뒤꿈치 센서를 부착하고 출전해 실격 처리됐다.

당시 양 선수가 상대한 것은 한국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만 언론은 한국계 필리핀인 검사위원을 꼬투리 잡아 “한국이 대만을 괴롭힌다”고 지적했다. 그 후로 반한 감정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국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세계태권도연맹도 항소심에서 ‘착용 규칙을 위반했다’는 원래 결정을 유지했다.

“정말 한국을 너무 이기고 싶다.” 2013년 WBC 중계방송 도중 유명 스포츠 캐스터가 눈물을 흘리면서 했던 말이다. 온라인에서는 이 말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 후 한국 대 대만의 경기가 있으면 이 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진다. 이런 댓글이 퍼졌지만 몇 년간 두 나라의 야구 경기에서 대만이 이긴 적은 별로 없다. 승리를 가져간 것은 대부분 한국이었다.

대만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여러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최근 한국은 세계 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만 사회는 한국이 어떻게 실력을 키웠는지, 자신들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며 반성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다”는 말은 오직 우월감, 불편함 그리고 공허감이 합쳐진 무력감일 뿐이다. 대만 사람들은 “한국을 이기고 싶다”고 외치지만 주체성을 잃고 있다. 그 말 외에 대만은 다른 동력을 찾아야 한다.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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