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번 사태에도 탈원전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베이징에서 ×××뉴스 ○○○입니다.”
이것은 한국 방송기자들이 내보낸 대만 관련 보도다. 국제뉴스에선 종종 특파원이 현장에 나가 이런 ‘스탠딩 멘트’를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특파원 스탠딩을 대만이 아닌 중국 베이징에서 찍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몇 년 전 한 특파원이 “중화인민공화국 만세”라는 표어가 적힌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만 소식을 전하는 것도 보았다.
대만은 중국과 가깝고 언어도 같기 때문에 대만 뉴스를 전하는 것은 대개 베이징에 있는 특파원들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대만인들도 이해한다. 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의 민감한 관계를 보도하며 특파원이 베이징에서 방송하면, 대만인들은 참 이상하고 불쾌한 감정을 느낀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 땅이라며 대만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 대만 국민은 자신이 중화인민공화국에 종속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국민 정서상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특파원들이 중국 편에 서서 대만 뉴스를 전하면 뉴스의 균형성이 무너지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방송(KBS)엔 외신 보도를 인용해 국제뉴스를 전하는 가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를 살펴봤더니, 대만 뉴스를 전하며 모두 중국 관영 「CCTV」 화면을 사용했다. 대만인들이 보기에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중국 관영 매체에 나타난 대만 보도, 특히 정치 보도에 담긴 것은 오직 국민당과 친중파의 소리뿐이며, 여당 민진당과 반중국 의견은 나쁜 쪽으로 변화되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 8월 대만 대정전 사태의 예를 보자. 엔 친중국 언론인과 정치단체들이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만 담겼다. 이 보도를 보면 대정전 사태의 진짜 원인이 발전소의 관리 부실과 직원의 실수임을 알 수 없다. 이 사례만이 아니다. 한국 신문기자들도 대만 기사를 쓸 때 대만 현지 언론을 빼고 중국이나 홍콩 언론의 기사만 인용해 보도한다.
외신들이 한국 소식을 평양에서 전한다고 생각해보라. 한국인들은 외신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 대책을 밝혔다”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보도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 한국 소식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영 통신사 의 보도를 인용해 작성하면, 한국 시민들은 그 뉴스가 편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할까. 시청자가 세밀한 곳까지 유의하지 않으면 한국 국내 소식뿐만 아니라 국제뉴스에서 왜곡된 정보를 받게 된다. 현지의 주류 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언론들이 사전 ‘게이트키핑’(뉴스 결정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과정)을 더 충실히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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