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된 대만. EPA 연합뉴스
8월15일 오후 4시51분 대만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대만 1382만 가구 중 838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갑자기 중단됐다. 퇴근길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대중교통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신호등이 작동을 멈춰 주요 도로에 차가 막히는 등 전국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수많은 시민이 엘리베이터에 갇혀 119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또 일부 공단에 생산 차질이 생겨 약 30억원의 경제 손실을 입었다. 대만에서 전국 규모의 정전이 발생한 것은 1999년 규모 7.3 대진이 터진 지 18년 만이다.
2016년 대만 정권 교체로 등장한 차이잉원 총통은 탈핵 정책을 추진했다. 35년 이상 가동돼 안전 문제가 있던 제1·2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했다. 이번 대정전 사태 뒤 원전을 옹호했던 국민당과 일부 언론은 “정전 사태는 탈원전 탓”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보수언론들도 이를 인용해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거세게 비판했다.
지난 7월 말 태풍으로 대만 동부 지역 송전탑이 무너졌다. 그로 인해 대만이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루 전력예비율이 3~5%로 정상 수치 10%보다 낮다. 이 때문에 “전력예비율이 너무 낮아 정전 사태가 터졌다”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진실은 원전과 전혀 무관하다.
대만 북부에 있는 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직원들이 설비 교체 과정에서 갑문의 자동모드를 수동모드로 전환하지 않고 공사했다. 발전소 내부 공사를 하려면 수동모드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작업을 안 한 것이다. 그러자 발전소 안전감지 시스템이 이상을 발견해 천연가스 공급을 자동 차단했다. 그로 인해 발전소 1~6호기 가동이 중단됐다.
발전소 직원들의 실수로 445만kW에 이르는 대규모 전력설비가 갑자기 가동을 멈춰 대만 전역이 정전 사태에 빠졌다. 대만전력공사가 2012년 사전 모의평가를 한 결과 이미 가동 중지된 1·2 원전이 정상적으로 운영돼도 LNG 발전소 1~6호기가 멈추면 정전 사태가 불가피하다. 대만전력공사 고위 관계자는 “발전소 설비 용량은 445만kW지만, 1·2 원전 설비는 그 절반인 200만kW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원전이 있었더라도 문제는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대만 정전 사태의 원인은 차이잉원 정부의 탈핵 정책이 아니라 발전소 운영 과정의 관리·감독 소홀과 실수 때문이다. 관리·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 원전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 독자들도 친핵과 탈핵의 논쟁을 격하게 벌이기 전에 이를 명심해야 한다. 과연 지금 한국은 원전의 안전 관리·감독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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