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4월 말 3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오랫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봄날이 왔다. 필자는 한국 진보 정권의 대북 포용 정책에 아직 의문점을 갖고 있지만, 남북이 다시 어렵게 만난 만큼 돌파적인 진전이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한국 친구와 동료 기자들이 “양안관계가 참 부럽다” “우리도 중국과 대만처럼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대만 국내에서도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마잉주 전 총통이 최근 남북회담 결과 등을 보며 “현재 양안관계는 다시 냉동기로 후퇴하고 있다. 내 후임자가 양안관계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대만의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고 차이잉원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를 질타했다. 한국과 대만에서 양안관계와 남북관계를 비교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남북관계와 양안관계는 아주 다르다. 남북한은 서로를 인정하며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양국 모두 중국과 미국 등 ‘슈퍼파워’의 영향력 아래 있지만, 남북협상은 대등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베이징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정부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하나의 중국’만을 강조한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이며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1949년 내전에서 중국공산당에 패해 대만으로 온 국민당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중국’은 국민당이 수립해 지금의 대만으로 이전한 ‘중화민국’이다. 이들은 대만인에게 이런 정치의식을 주입했다.
수십 년간 대립해온 양안관계는 1980년대 중반 민간의 왕래가 시작되며 진전됐다. 그러나 1987년 대만에서 계엄령이 해제되며 민주화가 진전되자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억제돼온 대만의 주체성이 더 많이 알려졌다. 대만 독립을 주장한 민진당이 2000년 집권하며 이 흐름이 더 확산됐다. 현재 대만 국민 절반 이상이 자신을 ‘대만 사람’으로 인지하고, 민심 역시 중국에서 멀어지고 있다.
주의할 점은, 중화인민공화국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은 민진당 정권일 때나 양안교류와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한 국민당 정부일 때나 대만 혹은 중화민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국민당과 대화하는 이유는, 둘 다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통일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중국이 내세우는 민족주의식 통일 호소에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패권의식을 가졌으며, 인권을 압박하고 반인도적 행태를 보이는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고 있다.
남북한에 비해, 중국과 대만의 면적과 인구 규모는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막대한 시장은 대만에 약이자 독이다. 언어와 문화가 비슷해 외국 기업보다 대만 기업이 진출하기 쉽다. 대만에 중국은 경제 활로가 된다. 베이징 정부 역시 군사보다 더 저렴한 경제의 힘을 이용해 대만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양안관계는 사실 ‘윈윈’이 아니라, 대등하지 않고 대만의 희생이 전제된 ‘제로섬게임’이다.
대만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 있다. 아무리 베이징의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싫어도 민진당 정부는 중국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며 대만의 정체성과 중화권 유일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는 얼핏 봐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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