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해바라기’

젊은층 지지 힘입어 집권한 차이잉원 정부…

잇단 친자본 정책으로 청년층 표심 잃어

대만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해바라기’ 운동. AP 연합뉴스

2016년 이맘때 8년간 대만을 이끌어온 무능한 국민당 정권에 분노한 유권자가 민주진보당 차이잉원 후보를 총통으로 뽑았다. 민진당은 국민당이 반세기 동안 절대 우위를 보이던 입법원(국회)에서도 과반 의석을 얻었다.

2014년 3월 국민당이 중국과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을 강행하려 하자, 대만 학생들은 입법원을 기습 점거해 입법 절차를 저지했다. 대만 청년들이 중심인 ‘해바라기’ 운동이었다. 당시 제1야당인 민진당은 학생 편에 섰고 국민당 정권의 독단적인 역행을 질타했다. 민심은 자연스럽게 민진당으로 모였다. 결국 민진당은 총통 자리와 국회를 장악해 집권했다. 젊은층의 지지가 민진당 승리의 주요 요인이었다.

그러나 현재 민진당 정권은 민심을 잃고 있다. 젊은 세대의 실망감이 크다. 청년들은 민진당에 ‘자본진보당’이란 별명을 붙이고 “국민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불만을 쏟아낸다. 노동정책을 둘러싼 새 정부의 악행이 청년들이 분노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소득 증가, 노동시간 단축, 노조 설립 추진’은 차이잉원이 총통 후보 시절 제시한 핵심 노동정책이었다. 청년층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20년간 소득 성장이 거의 정체된 대만에서 대졸자 대부분은 약 110만원 수준의 낮은 월급을 받는다.

이들이 원한 건 노동권 보장이었다. 적당한 근무를 하고 적당한 처우를 받고 또 충분한 휴식으로 생산 효율과 생활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젊은 세대의 인식이다. 이런 회사를 만들려면 회사와 교섭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온 대만에는 노조가 없다. 회사 규모가 작아 대다수 사람들은 노조의 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집권 2년차인 민진당 정권은 최근 선거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월10일, 야당과 노동권이 반대함에도 민진당은 ‘노동기준법’ 수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노동시간 연장과 휴식시간 단축이다.

현행법에는 노동자가 일주일 가운데 최소 하루 휴일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겼지만, 수정안에는 12일 가운데 이틀의 휴일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연장노동의 상한 기준도 기존의 한 달 48시간에서 54시간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앞으로 사 쪽은 노동자에게 연장노동을 강요하고 휴식시간을 줄일 수 있다. 휴식시간이 줄어들면 의료계나 대중교통 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의 견해는 사람들이 더 길게 일하면 추가 수당을 많이 받고 그에 따라 국민소득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또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회사가 고집할 경우 노동자가 교섭으로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시간을 연장한 수정안에 대해 사업주와 일부 40~50대 대만 노동자들은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연장노동을 원치 않고, 평소 근무시간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은 앞으로 노동력 착취뿐 아니라 과로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거리투쟁을 많이 벌여온 민진당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정안에 “노사 합의로 (이 법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됐지만, 현재 대다수 대만 기업에는 교섭단체와 상급 노조가 거의 없다. 그래서 회사의 연장노동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표결 당시 대부분의 민진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민진당의 큰 표밭인 젊은층은 요동하고 있다. 국민당을 믿지 않은 이들에게 당장 별다른 대안이 없다. 정권 교체 뒤 첫 선거인 올해 말 지방선거 때 민진당의 독주가 계속될지, 아니면 저지할 세력이 생길지 대만 청년 세대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양첸하오 대만 프리랜서 기자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