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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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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

아르콘 의혹 보도 뒤 전·현직 비영리법인 근무자들 제보·의견 이어져…

“터질 게 터졌다” “투명성 실종 의심이 가장 큰 문제”
등록 2018-01-16 14:52 수정 2020-05-03 04:28

이 제1195호 특집 ‘착한 사업, 나쁜 거래?’로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인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운영하는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이하 아르콘)에 대한 여러 의혹을 보도한 뒤, 이를 둘러싼 제보와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아르콘 같은 비영리법인에서 근무한 적 있는 이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자조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허인정 이사장의 개인 기업 같았다”

“‘비영리라고 왜 가난해야 하느냐’는 기사 문장을 읽는 순간, 정말 열 받았어요. 한편으론 맞는 말이죠. 그런데 직원들은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열정 페이’를 받거든요. 전 다 같이 가난한 줄 알았어요.” 기자와 만난 전 아르콘 직원의 말이다. 또 ㄱ씨는 전자우편으로 이런 의견을 보내왔다. “이 바닥엔 비영리를 내세워 세련되게 영리사업을 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아주 폼나게 이야기합니다. 비영리에서 가진 것 없이 살면서도 헌신하는 사람들 참 많이 봤습니다. 그런 분들 앞에 정말 누가 되는 사람들이에요.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비영리 부문의 한 원로 인사도 “그전부터 (허인정 이사장의 아르콘과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는) 성수동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돈이 몰려오면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성수동 골목은 청년 소셜벤처밸리로 주목받으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르콘 관계사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 역시 아르콘에 대해 “허인정 이사장의 개인 기업 같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허 이사장은 아르콘이라는 비영리 법인이 네트워크 허브 구실을 하고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라는 주식회사가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서 공익사업으로 돈도 버는 아르콘그룹의 구축을 꿈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비영리와 영리 회사의 장단점을 적절히 취하는, 좋게 말하면 유연하고 창의적인 공익사업 모델을 개척하려 했다는 것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 ‘잡플래닛’에 올라온 아르콘에 대한 전·현직 직원 4명의 평가를 모아보면 “일을 많이 시키고 급여는 낮은 기업” “기업 같은 비영리”라는 부정적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4명 가운데 전직인 3명은 ‘복지 및 급여’와 ‘경영진’ 항목에서 5단계 중 가장 낮은 1단계 점수를 매겼다. 회사에 대한 이들의 의견은 “본인의 커리어보다 회사 상황 위주로 인력을 배치하고 연봉 테이블이 낮게 책정된 곳” “다양한 경험과 보람찬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만큼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곳” “사회공헌의 진정성이나 의미를 찾는다면 다른 곳으로 가기를 바람. 비영리이지만 비즈니스일 뿐”과 같은 신랄한 비판을 남겼다. 현직 직원 1명은 급여와 경영진 평가 항목에서 중간 또는 중간 이상의 상대적으로 나은 점수를 주었다.

지배구조도 자금집행도 복잡한 구조
2017년 말, 서울 성수동 골목의 모두스(modus) 사무실. 허인정 아르콘 이사장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반지하층에 세들어 있다.

2017년 말, 서울 성수동 골목의 모두스(modus) 사무실. 허인정 아르콘 이사장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반지하층에 세들어 있다.

아르콘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이들이 지적하는 허 이사장의 가장 큰 문제는, “공익사업의 핵심인 투명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산인 기부금을 받아쓰면서 개인 왕국을 구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아르콘은 지배구조도 자금집행도 복잡했다. 사단법인-유한회사-주식회사가 얽혀 있고, 개인과 가족 재산(빌딩 3채)이 사무실과 카페 공간으로 거래 곳곳에 끼어들었다. 이래서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업의 생명인 투명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수시로 고쳐 매니, 설사 깨끗하게 돈을 굴렸다 해도 여러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허 이사장은 아르콘이란 사단법인을 만들어 롯데면세점에서 130억원의 기부금을 출연받았다. 그런데 해당 사업의 관리를 언더스탠드에비뉴라는 유한회사를 따로 세워 맡겼다. 허 이사장과 가까운 임직원 대여섯 명이 출자자다. 굳이 왜 그래야 했을까? 기부금을 낸 롯데면세점은 사업 초기에 이 유한회사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직접 영리사업 소득을 올렸다. 감사원도 2016년 이 부분을 아프게 지적했다. 공익법인 자금은 한 다리만 법인을 건너가면, 어떻게 돈이 집행됐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직접 돈을 기부받은 당사자가 아니라면, 롯데면세점은 물론 공익법인을 관리하는 정부 당국조차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아르콘이 억대의 용역사업을 맡긴 모두스와 미디어더퍼스트라는 주식회사에 대해선 허 이사장과 롯데면세점 쪽의 주장이 엇갈린다. 허 이사장은 롯데 쪽의 동의를 사전에 구했다고 주장하지만, 롯데 쪽은 금시초문이라 한다.

성수동 골목의 집값이 폭등할 즈음인 2012년과 2014년, 허 이사장은 성수동 인근에 5층 건물과 2층 건물을 매입한다. 두 건물은 현시세가 각각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이사장은 빌딩 매입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으면서 각각 12억원·6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지만, 2014년과 2017년 이를 해제했다.

상당수 공익법인들의 고질병

모두스 등은 성수동 골목에 있는 허 이사장 자신과 가족 명의의 개인 빌딩 3곳을 유료 교육장과 사무실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임대료를 냈다. 임대료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지금까지 극히 일부만 확인됐을 뿐이다. 가족 명의로 개설한 카페를 아르콘의 교육장으로 이용하고, 2015년 이후 1년6개월 동안 3천만원 이상의 대관료와 커피값을 지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비영리 부문 지도자로 꼽히는 허 이사장은 어떤 경우에도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윤리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의심받을 수 있는 거래를 용인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한테 법적 책임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앞으로 정부 당국이 밝혀야 할 일이다.

허 이사장은 대기업의 기부금을 받아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롯데면세점이 2015~2016년 130억원을 기부하기 전인 2014년에도 GS칼텍스(9억3천만원)와 두산(5억5천만원) 등 여러 대기업에서 21억원의 기부금을 받아냈다. 기업 기부금 액수는 롯데면세점과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시작한 2015년부터 크게 불어나, 그해 122억5천만원, 2016년엔 91억원에 이르렀다. 2016년 기부금 중엔 경기도와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한테서 받은 40억원도 포함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역점 사업인 스타트업캠퍼스의 운영자로 아르콘이 선정된 것이다. 허 이사장이 이렇게 큰돈을 끌어오는 역량을 발휘하는 데는, 허 이사장이 2016년 초까지 대표이사를 겸했던 의 공익 섹션인 ‘더나은미래’가 든든한 후원자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나은미래’라는 언론사의 대표 명함이 대기업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는 것이다.

허 이사장은 2016년 초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더나은미래’의 대표이사직을 사직했다. ‘더나은미래’ 쪽에선 허 이사장의 사업 운영 투명성을 의심했으며, 허 이사장 쪽에선 “‘더나은미래’ 쪽에서 아르콘 이사 자리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비영리 부문은 아직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 유럽에서는 비영리,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포함하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무려 10%가량을 차지한다. 청년들의 취업 동기를 유발하는 미래의 일자리도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한국의 비영리 부문은 아직 ‘개인 왕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곳이 많다. 기부금을 끌어오는 이사장이 왕으로 군림한다. 재벌 총수처럼 처신하기도 한다. 이러니 투명성을 보장할 길이 없고, 기부금을 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사람들이 먼저 내 돈이 잘 쓰일까 의심하는 것이다. 아르콘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공익법인들이 안고 있는 고질병이다.

문체부와 성동구청 팔짱만

문화예술 분야 공익법인 감독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직 현장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문체부 담당자는 “아르콘과 롯데면세점 양쪽의 입장이 엇갈리니 정부에서 나서기 애매하다”는 말만 한다. 땅을 제공한 성동구청도 소극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 제8조는 공익법인에 대한 검사와 감사권을 명시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서류와 장부 제출을 명하거나 공무원이 법인의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정정보도 요청

허인정 이사장 "거래 통해 이익 취한 바 없다"

지난 1195호 특집 기사 ‘착한 사업, 나쁜 거래?’와 관련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아르콘(이사장 허인정) 쪽에서 에 정정보도를 요청해왔습니다. 일부 정정이 필요한 대목을 바로잡고, 허 이사장의 반론도 싣습니다.

위 기사에서 은 “허인정 이사장이 2015년 6월~2016년 8월 사이 1억5천만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보도했으나, 기간 산정을 잘못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2015년 2월~2016년 8월 사이 1억53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 맞습니다.

또, 허 이사장은 미디어더퍼스트나 모두스와의 거래로 단 1원의 이익도 취한 바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기부금 정산 자료 제출과 관련해서는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이어, 2017년 3월22일 1, 2차 기부금 전액에 대한 계정별 원장을 롯데면세점 쪽에 이메일로 송부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롯데면세점 쪽에서는 2017년 3월 제출 자료에 대해 “계정별 원장만 보내왔고, 증빙 및 세부 내역 자료는 받지 못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아르콘이 허 이사장의 변호사 동생한테 지급한 자문료에 대해서는 “2015년 2월 언더스탠드에비뉴 사업을 시작한 이후 불법 노점상들이 해당 부지를 점유하는 일이 벌어져, 이사장 동생이 일하는 법무법인 규원에 법률 검토를 맡겼고 2015년 7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3달 동안 매달 100만원씩 1300만원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단법인 아르콘 및 동 법인 이사장 관련 반론보도문


은 2018년 1월 제1195호 특집 ‘착한 사업 나쁜 거래?’와 제1196호 보도 그 뒤 ‘영리한 비영리 개인왕국?’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아르콘 쪽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사업 중단을 전제로 한 성과평가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임의로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을 파악해 기부금 세부 증빙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아르콘은 특히 수차례에 걸쳐 계약에 따른 기밀 유지를 전제로 추가 세부 증빙을 제출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롯데면세점은 이에 대한 회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아르콘은 그 이전에는 3차에 걸쳐서 기부금 사용 내역과 영수증을 포함한 세부 증빙을 제출했으며, 매년 외부 회계법인 감사를 통해 투명한 법인 운영을 해왔다고 밝혀왔습니다.
허인정 이사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기와 관련해서는, 관계사와의 거래는 기부금 입금 지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안으로 롯데면세점 쪽에 미리 고지했고, 이를 통해 관계사들은 오히려 손실을 입은 사안이며, 과도한 보수 부분에 대해서는 허인정 이사장의 업무 투입률에 따른 적정한 산정으로,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롯데면세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인건비를 이슈화한 것은 성과평가 이후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아르콘 반론에 대한 롯데면세점 입장


롯데면세점과 아르콘은 2016년 업무협약에서 외부 컨설팅 기관을 통해 해마다 성과평가를 진행하기로 명시했습니다(파트너십협약 부속서류 2항). 그에 따라 공동의 절차로 성과평가를 진행했던 것입니다. 사업 중단을 전제로, 성과평가를 실시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입니다.
아르콘은 사업평가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제3자에게 내부정보를 유출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서 아르콘이 지칭하는 제3자는 외부 컨설팅 기관입니다. 외부 컨설팅 기관에 성과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업무 수행입니다. 이를 내부정보 유출이라고 비난하면서, 2016년 5월 이후 집행된 기부금 44억4천만원의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허인정 이사장은 아르콘 기부금을 자신의 특수관계 회사로 집행했습니다. 위법성이 짙은 거래입니다. 그런 거래에 대한 사항은 사전에 전혀 공유된 바 없었습니다. 사전에 공유했다면 당연히 막았을 겁니다. 허인정 이사장이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도 사후에 알게 됐습니다. 아르콘 쪽이 용역 발주한 업체로부터 허 이사장이 연구비 명목의 인건비를 받은 사실도 추후 드러났습니다. 이후 또 다른 파트너인 성동구청을 통해 허 이사장의 인건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아르콘의 반론보도문은 롯데면세점이라는 제3자를 대상으로 한 내용입니다. 은 롯데면세점에도 자기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해 이 글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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