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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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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당기고 봅슬레이 밀고 ‘금수레’가 달린다

‘금 사냥’ 나선 태극전사들…

‘싹쓸이’ 도전 최민정·심석희, 3연패 노리는 이상화, 기적 꿈꾸는 윤성빈
등록 2017-12-26 16:06 수정 2020-05-03 04:28
평창, 별들의 잔치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올림픽 불꽃이 타오른다. 2017년 11월1일 한국에 도착해 100일간 전국을 달린 평창겨울올림픽의 성화가 2018년 2월9일 개회식장에 점화되면 17일간의 열전이 막을 올린다. 평창올림픽은 지구촌 사람 모두가 한데 어울리는 스포츠 축제다. 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7천 명의 선수가 평창에서 실력을 뽐낸다. 세계적 스타들을 보기 위해 강원도 평창을 찾는 관광객은 최대 20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 평창겨울올림픽을 발판 삼아 겨울스포츠의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동안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에서만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평창을 맞이하는 한국의 경기력은 이전과 다르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넘본다. 눈 위에서 펼쳐지는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에서까지 세계와 겨루는 수준이 됐다. 귀화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남자 아이스하키는 반짝 활약을 예고한다. 2018년 3월9일 개막하는 ‘또 하나의 평창’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도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린다. 평창을 뜨겁게 달굴 국내외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_편집자
2017년 11월15일 심석희(앞) 등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출전을 앞두고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1월15일 심석희(앞) 등 한국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 출전을 앞두고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8-4-8이냐, 7-3-0이냐?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메달 전망 조합은 다양하다. 과거 김종 차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경기단체를 압박해 받아낸 평창 메달 목표는 금 8개, 은 4개, 동 8개의 8-4-8(종합 4위)이었다. 하지만 압력이 들어간 이 숫자에는 허수가 있다. 글로벌 조사업체 닐슨의 ‘그레이스노트’가 공개한 2017년 11월 현재 한국의 평창올림픽 메달 예상표는 7-3-0(종합 6위)으로 동메달은 아예 없다. 그레이스노트는 한국이 쇼트트랙(남 2, 여 3)과 스피드스케이팅(남 1, 여 1) 등 빙상에서만 금메달을 딸 것으로 추정했다. 1948년 이래 한국의 겨울올림픽 총 메달 수 53개를 모두 생산한 대한빙상경기연맹 쪽은 평창올림픽에서 4개 정도의 금메달을 예상한다. 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에서 깜짝 금메달이 나온다면 금메달은 5개 안팎으로 좀더 늘어난다는 게 현실적인 분석이다.

3관왕 노리는 쇼트트랙 최민정

숫자 예측과 별개로 한국의 쇼트트랙은 자타가 공인하는 금맥 종목이다. 쇼트트랙이 처음 도입된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때 김기훈이 1500m와 5천m 계주에서 우승했고, 이준호가 1천m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일본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1988년 캘거리올림픽 시범종목에서 김기훈과 이준호가 금메달을 따면서 쇼트트랙이 한국의 국제 무대 경쟁 종목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코칭스태프가 일본의 쇼트트랙을 연구하면서 기술을 보완했고,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훨씬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알베르빌올림픽에서 금 2개, 동 1개를 따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안현수와 진선유가 남녀 3관왕을 차지하는 등 한꺼번에 금메달 6개를 거머쥐어,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쇼트트랙은 한국 겨울스포츠 종목에서 끊임없는 금광이었다.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의 초점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쌍두마차’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의 발끝에 쏠려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최민정은 10월 부다페스트 1차 월드컵 4관왕을 비롯해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111.12m 코스 어디에서든 상대방을 추월하거나 따돌릴 수 있는 폭발력은 최대 강점이다. 스스로도 “몸싸움에 부담이 있는 안쪽보다는 바깥쪽에서 치고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바깥쪽에서 따라잡으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한국이 비교적 약한 500m에서도 메달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순간 스퍼트 능력이 좋다. 운동 외의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스케이팅 하나에만 집중하는 ‘얼음공주’ 최민정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 진선유의 영광에 도전한다. 첫 올림픽 출전이라 부담이 있지만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없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금·은·동 3개의 메달을 목에 건 심석희는 검증된 실력파다. 175cm의 큰 키에도 곡선 주로를 도는 코너링 기술이 뛰어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이용한다. 경기를 읽는 눈과 지구력을 갖춰 선두에 서면 여간해서는 뒤집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심석희는 이번 시즌 2차 월드컵 1천m 금, 3차 월드컵 1500m 금을 일구는 등 중장거리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 단체전도 한국이 놓칠 수 없는 종목이다. 최근 1~4차 월드컵에선 심석희와 최민정을 주축으로 김예진(평촌고), 김아랑(22·한체대), 이유빈(서현고)이 한 팀을 이뤄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확보하는 등 메달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김선태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현재의 몸 상태를 유지하도록 부상 등에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단체전 호흡도 완벽하게 맞출 수 있도록 계주와 체력 훈련에 바짝 신경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예회복 다짐한 남자 쇼트트랙

남자 쇼트트랙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노 메달’의 한풀이에 나선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에 빙상계의 파벌이나 줄 세우기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대회를 치르던 소치 현지의 대표팀은 내부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대통령 발언의 파장 탓인지 남자팀은 메달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지나치게 세세한 데까지 짚은 대통령의 발언을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배후에 겨울스포츠 종목 이권까지 개입했던 최순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정 당국의 대대적인 표적 감사·수사로 곤욕을 치렀던 전명규 한체대 교수는 소치에서 귀국한 뒤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러나 2016년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정부와 기업에서 20억원 이상 지원금을 챙기며 대한빙상경기연맹을 뻘쭘하게 했던 장시호 등이 법정에 서면서 전 교수는 명예를 회복했다. 그는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으로 되돌아와 평창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세대교체로 승부수를 걸었다. 그동안 잦은 부상으로 불운을 겪었던 임효준(21·한체대)과 대표팀 막내 황대헌(18·부흥고)은 이번 시즌 1~4차 월드컵에서 돌풍을 몰아치며 평창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급부상했다. ‘제2의 안현수’ 임효준은 2017년 10월 부다페스트 1차 월드컵 1500m와 1천m 금메달로 이름을 각인했고, 황대헌은 도르드레흐트 2차 월드컵 1천m와 11월 상하이 3차 월드컵 1천m에서 금을 캐는 등 ‘고교생 괴물’로 떴다. 세계대회 우승자 서이라(25·화성시청)가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단체전 멤버인 곽윤기(28·고양시청), 박세영(24·화성시청), 김도겸(23·강릉스포츠토토) 등이 손발을 맞추면서 팀 전력이 탄탄해졌다.

매스스타트 ‘부동의 1인자’ 이승훈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3차 월드컵 대회 시상식이 끝난 뒤 일본의 고 아리사, 고다이라 나오, 한국의 이상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3차 월드컵 대회 시상식이 끝난 뒤 일본의 고 아리사, 고다이라 나오, 한국의 이상화(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 같은 흥행성과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우직하고 선 굵은 전통의 겨울스포츠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처음 올림픽 메달을 따며, 빙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는 1992년 알베르빌대회에 출전한 김윤만이다. 당시 19살의 나이로 올림픽 무대에 선 그는 1천m를 1분14초86으로 주파했다. 이로써 김윤만은 한국이 1948년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뒤 44년 만에 처음으로 빙상 종목에서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김윤만의 은메달은 후배 세대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후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이강석이 500m 동메달을 목에 걸며 징검다리를 놓았고,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28·스포츠토토)-이승훈(29·대한항공)-모태범(28·대한항공) ‘빙속 삼총사’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합작하면서 스피드스케이팅은 화려한 꽃을 피웠다.

이승훈은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다. 2014년 소치올림픽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따 올림픽 2개 대회에서 연속 입상한 이승훈은 평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자리잡은 매스스타트의 초대 왕좌를 노린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로 전향해 가장 성공적인 변환 모델을 제시한 이승훈은 성실함과 쇼트트랙 훈련으로 다져진 코너워크 기술로 매스스타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11~12월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1~4차 월드컵에서 이승훈은 두 번 정상에 오르는 등 매스스타트 부동의 일인자임을 각인했다. 400m 트랙을 선수들이 16바퀴(6400m) 돌아 승패를 가리는 매스스타트는 선두로 치고 나가거나 중간에 머물며 기회를 엿보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은 이승훈의 작전이 일부 노출된 점은 불안 요소다. 하지만 늘 새로운 무기를 준비하고 레이스 균형감과 판단력을 자랑하는 그의 주행을 가로막을 선수는 거의 없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 중이다.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 92년, 94년 500m 3연패),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1994년, 98년, 2002년 5천m 3연패) 등 두 명뿐이다. 이상화의 아시아 여자 최초 빙상 3연패 꿈을 가로막고 나선 강력한 라이벌은 현재 이 종목 세계 1위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의 500m 세계기록(36초36)을 깨지는 못했지만, 36초 중반대 최고 기록을 보이며 최근 2년간 이상화를 0.2초 이상 앞서가고 있다. 이상화가 고다이라를 극복하려면 초반 100m에서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올림픽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이상화가 엄청난 각오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상화는 2017년 12월 4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딴 뒤 “본게임은 평창이다. 평창올림픽은 안방이어서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상화, 아시아 최초 3연패의 꿈
한국인 최초로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에 오른 이승훈(오른쪽)이 2017년 2월23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3위로 들어온 김민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최초로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에 오른 이승훈(오른쪽)이 2017년 2월23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3위로 들어온 김민석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매스스타트의 김보름(24·강원도청)도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유력 후보다. 2월 강릉에서 열린 매스스타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확고한 강자의 반열에 올라선 김보름은 지난여름 혹독한 지상 훈련으로 체력을 다졌다. 최근 열린 1~4차 월드컵에서는 충돌사고(1차 월드컵)로 인한 부상 등으로 부진했지만 4차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재시동을 걸었다. 스피드스케이팅 3차 월드컵 500m에서 은메달을 딴 남자부의 차민규(24·동두천시청)나 이승훈, 김민석(18·평촌고)과 함께 팀추월에 나서는 대표팀 막내 정재원(16·동북고)의 메달권 진입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여자 피겨 싱글의 최다빈(17·수리고)도 메달권 경쟁과는 별개로 올림픽을 통해 ‘포스트 김연아’의 이미지를 굳힐 태세다.

썰매에서는 스켈레톤 강자로 발돋움한 윤성빈(23·강원도청)의 존재가 우뚝하다. 윤성빈은 2017년 12월 독일 빈터베르크에서 열린 4차 월드컵에서 ‘라이벌’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56초68)를 0.06초 차로 제치는 등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장점은 178cm, 87kg의 당당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와 초반 썰매를 끄는 기술이다.

스켈레톤 윤성빈 깜짝 금메달 기대
깜짝 금메달이 기대되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2017년 11월25일 캐나다에서 열린 2017~2018 월드컵 3차 대회 우승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깜짝 금메달이 기대되는 스켈레톤의 윤성빈이 2017년 11월25일 캐나다에서 열린 2017~2018 월드컵 3차 대회 우승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해진 썰매 코스를 질주하는 스켈레톤은 올림픽 종목 가운데 개최국이 개최국 프리미엄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종목이다. 통상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켈레톤 선수들은 테스트 이벤트 등 대회 전에 40번 정도 슬라이딩 코스를 경험한다. 반면 윤성빈은 1월 초부터 올림픽 개막 전까지 추가로 코스를 탈 기회가 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 때도 이 종목은 개최국이 우승자를 배출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관계자는 “올림픽에서는 1~4차전 합산 성적으로 순위를 매긴다. 빨리 타기보다는 실수하지 않으면서 타는 것을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연맹)의 2인승 봅슬레이 대표팀 역시 ‘안방’ 훈련으로 코스 적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동현(30·강원도청), 석영진(27·국군체육부대), 김경현(23·국군체육부대), 지훈(22·가톨릭관동대) 등 4인승 봅슬레이 대표팀 후보들도 신발끈을 바짝 묶었다.

설상에서는 스노보드 알파인의 기대주 이상호(22·한국체육대)가 돋보인다. 국제스키연맹 10위 이상호는 최근 독일 호흐퓌겐에서 열린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1차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자신감을 충전했다. 둔덕(모굴)을 타고 내려오면서 돌거나 점프하는 자세, 속도로 경쟁하는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서는 최재우(23·CJ)가 메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재우는 최근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남자 모굴에서 80.20점을 받아 6위를 차지했다. 스키 알파인의 정동현(29·하이원리조트)도 어려서부터 훈련해온 용평 슬로프의 친숙함을 바탕으로 이변을 꿈꾸고, 2022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하는 크로스컨트리의 김마그너스(19)는 평창올림픽 30위권을 목표로 내세웠다. 조은상 대한스키협회 사무국장은 “스노보드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파크와 알파인 경기 장소인 용평,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이뤄질 알펜시아의 올림픽 시설을 선수들이 대회 전에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더 타고 올림픽에 나가면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역대 최다인 19명의 귀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5명 엔트리 가운데 7명이 외국인 선수일 정도로 팀 색깔이 국제화했다. 양승준 평창올림픽 준비기획단장은 “몸값이 높은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올 수는 없었지만 인성이 좋고 성실한 선수들을 선택해 합류시켰다.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이들은 팀 분위기에도 잘 녹아든다. 국내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많이 배우면서 팀의 전력이 향상됐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의 수문장 맷 돌턴(32)은 팀 전력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알짜 중의 알짜다. 2017년 12월1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 최강 캐나다와의 유로투어 맞대결(2-4패)에서 돌턴은 캐나다 선수들의 56개 유효슈팅 가운데 53개를 막아냈다. 선수들의 마음을 틀어쥔 전략가 백지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펴겠다”고 약속했다. 김상욱-김기성 형제, 신상훈과 조민호 등 스틱워크가 뛰어난 국내파도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아이스하키 본선 A조(한국·캐나다·체코·스위스) 경기에서 일을 낼 후보다.

피겨아이스댄스 귀화 선수도 매력적

피겨아이스댄스의 미국인 귀화 선수 알렉산더 개멀린(25)과 민유라(23) 짝도 매력적이다.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딴 이들은 개량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편곡한 배경음악 아래 물 흐르는 듯한 연기로 국내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길 준비를 마쳤다. 루지에서는 독일 출신 에일린 프리쉐(26)가 귀화 선수로 평창올림픽을 노크하고 있다.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으로 변신했듯이, 한국 대표팀의 다문화 출신 선수들이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게 된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선수의 국적을 바꿔서라도 팀 전력을 보강하는 것은 올림픽을 치르는 나라로서 경기력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좀더 가까워지는 지구촌 변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귀화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 체험이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창금 스포츠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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