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경남 진주시 자혜병원으로 문을 연 진주의료원은 103년 동안 서부경남 거점 공공병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2008년, 시내 중심가에 있던 진주의료원은 혁신도시 조성 등 도시계획에 따른 경남도의 결정으로 534억원을 들여 초전동으로 신축 이전했다. 버스 노선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다.
진주의료원 앞에 풍랑이 닥치기 시작한 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등장하면서였다. 2013년 2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뒤 돌연 행정가인 경남지사로 변신한 그는 취임 60여 일 만에 진주의료원 폐업 계획을 발표했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새누리당, 국회와 보건복지부, 대통령까지 공공병원 폐업은 안 된다고 말렸지만, 5월29일 폐업신고, 6월11일 해산조례 통과, 9월25일 청산종결 등기를 밀어붙이며 진주의료원은 ‘과거’가 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그의 발표와 달리 진주의료원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재개원을 향한 움직임도 분주하다. 2013년 9월30일 국회에서 의결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에는 진주의료원 재개원, 비리 경영진 고발 요구와 함께 진주의료원 부채는 신축이전비를 전가한 경남도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보고서는 또 진주의료원 적자는 감가상각비 33억원, 신축이전비 원금과 이자 18억원을 빼면 건강한 수준이며 진주의료원 노조가 강성 노조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해 홍준표 지사의 모든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밝혀줬다.
보건복지부는 진주의료원 매각을 승인할 수 없고 의료원 시설은 지역 공공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또 재개원을 위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의회 민주개혁연대(공동대표 석영철·김경숙 의원)에서 10월23일 ‘경상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10월31일 입법예고가 됐고 현재 상임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경남도의 환자 퇴원 강요는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놨다. 법원에서도 주민투표를 거부한 홍 지사에 대한 소송과 진주의료원 폐업 무효 확인소송 등이 이어지고 있다. 홍 지사가 국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수의 법률전문가는 청구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각하 또는 기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심판청구 결정에 따를 것”이라 말했던 홍 지사는 국회 의결에 따라 재개원을 해야 한다.
올해 6월 지방선거는 진주의료원 문제의 최대 변수이기도 하다. 여야를 불문하고 홍 지사를 제외한 모든 후보 예비자들이 폐업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재개원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처음부터 잘못 시작된 공공병원 폐업이기에 해결 방법은 재개원밖에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진주의료원 해고자들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들고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재개원 열망은 식지 않았다. 1월20일 현재 ‘재개원 투쟁’은 328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경남 창원시에 있는 경남도청 앞에서 132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소중한 공공자산이 펜스에 가려 방치되고 있는 사이 지역의 공공의료는 훼손되고 있다. 치유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환자와 장애인, 노인 등 의료약자들이 소외되고 힘들어하고 있다. 폐업의 정당한 근거는 찾을 수 없고 재개원의 이유와 필요는 충분한 진주의료원은 하루빨리 문을 열어 환자의 쉼터, 노동자의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진주=박윤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지역본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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