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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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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보다 주민투표가 무섭니?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삼척시민 주민투표 반대하는 정부와 삼척시
올 6월 지방선거 주민들의 분노 표로 표출될 것
등록 2014-01-11 14:37 수정 2020-05-03 04:27

또 한 해를 맞이한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불고 있다. 강원도 삼척시민들에게 안녕하냐고 물으면 어떨까? 대답은 명확하다. 안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정부와 김대수 삼척시장 때문이다. 삼척시민들 상당수가 삼척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삼척시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핵발전소 신규 건설을 위한 제2차 국가에너지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제2차 국가에너지계획 민관합동 워킹그룹이 내놓은 권고안에는 겉으론 핵발전소 비중이 낮아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핵발전소를 추가로 짓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정부가 2012년 신규 원자력발전소 예정 구역으로 지정 고시한 삼척에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는 뜻이기도 하다. 삼척시는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삼척시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가 이뤄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0일에는 삼척시의회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필자를 비롯한 시의원 4명이 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청구건을 발의했다. 이 안건은 본회의에 상정됐고, 찬반 의견이 있는 시의원 양쪽에서 고성까지 오가며 표결에 부쳤지만, 출석의원 8명 가운데 찬성 5명과 반대 2명, 무효 1명이라는 결과로 부결됐다(가결 정족수는 전체 참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찬성 6표). 그러나 주민투표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주민투표청구건을 발의한 의원들은 재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삼척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삼척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핵발전소 때문에 주민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이어진 건 20년이 넘었다. 1993년 8월29일 삼척시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열고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반기를 들었다. 그 뒤 백지화됐던 삼척 핵발전소 건설 계획은 2010년 정부와 삼척시의 주도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부가 주민 통합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민주적 절차는 주민투표다. 특히 핵발전소 건설은 안전과 복리를 후손에게까지 전가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오랜 토론을 거쳐 지역 주민이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결정에 승복하고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 통합을 이뤄 지역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삼척시는 주민투표법의 제정 정신을 뒤로하고 지역 통합의 기회를 무산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척시민들은 분노하고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분노와 갈등은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표출될 것이다. 단언컨대 삼척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핵발전소에 대한 찬성·반대를 각 후보들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지방선거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시의원 후보들은 삼척 핵발전소 문제에 명확하게 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삼척시민들은 그 대답에 표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역민주주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주민들이 요구하는 절차를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국가든 지자체든 민주적 내용을 도외시하거나 역행해서는 그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그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지역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이기에 국가와 지자체가 저항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삼척에서는 그 저항이 이미 예견되고 있다.

삼척(강원)=이광우 삼척시의원,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기획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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