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명박 정권의 첫 내각은 가히 ‘떴다방 내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지체 높은 분들이 상스러운 복부인들과 거간꾼들이나 드나드는 ‘떴다방’을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강남 몇 지역에 살고 있는 관료, 정계 인사, 기업인 등의 부인들이 정기적으로 연다는 사교 모임이 바로 이러한 부동산 및 여러 자산 가격의 향방에 대한 정보 교환의 장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는 바이다. 따라서 어수선한 봉고차냐 품격 있는 레스토랑 미술관이냐 하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끼리끼리 모여 쉬쉬하며 여러 자산 가격 동향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행동에 나선다는 의미에서는 이들 또한 ‘떴다방’ 출신들이 다수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경부운하, 고양이에게 생선을?
이 ‘떴다방 내각’의 정당성과 도덕성에 대한 세인의 질타가 높다. 응당한 일이다. 하지만 모럴리스트가 아닌 필자는 좀 다른 각도에서 걱정이 된다. 첫째, 앞으로 국정 전반을 책임질 이 ‘떴다방’ 출신 인사들의 고민과 실력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5년간 부동산 시장이 큰 널뛰기를 겪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와중에 이렇게 성공적인 자산 보유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정보 수집과 몸소 발품 파는 현지답사가 필수였을 것이다. 그 바쁜 와중에 이들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한 고민과 연구와 조사를 과연 얼마나 축적했을까. 실제로 이들의 경력과 업적을 둘러보면 혁신적 내용을 담은 이론 및 실천의 흔적은 고사하고 그 흔한 ‘전문성’조차 의심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사퇴한 남주홍 교수의 경우 지난 10년간 학술진흥재단 등재 논문이 단 한 편도 없었다고 한다.
둘째, 이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줄줄이 뱉어놓은 엽기적 발언들로 볼 때 ‘사회적 백치’임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원래 ‘백치’(idiot)란 지능지수를 문제 삼는 용어가 아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안에서 함께 사는 다른 이들의 고통과 고민이 무엇인지라는 공적인 고민을 일체 끊어버리고 자기 이익만을 좇아서 사는,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아예 소통이 되지 않고 사오정 노릇이나 하게 되는 이들을 일컫는 고대 그리스 말에서 온 용어이다. ‘자연을 사랑하여 땅을 샀다’든가 ‘친환경적 주거를 찾아 여의도를 버리고 송파구의 아파트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든가 하는 파격적인 발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체의 관심과 토론의 욕망을 끊어버리고 스스로를 오로지 자기 이익이라는 토굴 속에 가둬 용맹정진했던 이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법문인 것이다. 이러한 절정의 선승(禪僧)들이 신개발 지역의 부동산이 아닌 민주 정부의 각료 자리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어질거린다.
셋째,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아주 우려되는 문제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현재 대운하 사업 그리고 공기업의 대대적 민영화 등의 사업을 공언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인간과 자연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이 중차대한 대역사를 앞두고 만의 하나 고민도 실력도 사회적 소통 능력도 모자라는 이들로 내각을 채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혹시 내각 전체가 전혀 다른 의미에서의 ‘떴다방 내각’이 되는 것이 아닐까. 다른 것은 몰라도 지난 몇 년간 정부가 어떤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알아내고,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치부와 연결할 것인지에 탁월한 능력과 의욕을 가진 이들로 채워진다면? 대운하 공사는 말할 것도 없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매각 과정도 엄청난 금액이 오가는 덩치 큰 계약 과정들을 포함하는, 그야말로 ‘빅딜’이다. 그런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 못할 치밀한 고민과 논리에 기초해 투명성과 엄정성을 갖춘 과정으로 진행해야 할 ‘빅딜’의 책임 주체가 ‘떴다방 내각’으로 전락한다면 이는 실로 가공할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거대한 뭉칫돈과 결부된 정보를 생산하는 내각이 이로 말미암아 하나의 거대한 ‘내부자거래’ 집단으로 변할 개연성이 넘쳐나지 않는단 말인가? 어째서 고양이들이 어류 배달업체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을 심는 것인가?
교체한다고 큰 흐름 바뀌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는 지난해 12월19일에 선택을 한 바 있고 내각의 구성은 그 결과에 의해 거의 절대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몇몇 인사들이 교체됐지만 이러한 큰 흐름이 바뀔지는 잘 모르겠고 결과는 우리 손을 떠난 것 같다. 허탈하게 후렴구에 맞춰 노래나 불러보는 수밖에. “떴다방 내각,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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