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이제 6월입니다. 1980년대 중반까진 늘 한국전쟁의 아픔으로 기억됐지만, 1987년 6월항쟁 이후엔 ‘승리와 희망’이라는 새로운 상징성을 획득한 달입니다. 그 6월에 어느새 20년 세월의 더께가 쌓였고, 우리 앞엔 지난 20년(‘87년 체제’)을 평가하고 그 이후를 모색해야 하는 과제가 놓였습니다. 87년 체제가 가져온 한국 사회의 큰 변화가 질적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6월항쟁은 독재 체제를 불완전하나마 해체하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제도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우리 사회에선 ‘민주주의의 확장과 심화’와 ‘경제적 자유화’라는 두 갈래 흐름이 병존하며 경합해왔습니다(김종엽 한신대 교수, 2007년 여름호). 그러나 2007년 지금에 이르러선 두 흐름 가운데 경제적 자유화(신자유주의)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런 양상의 정점일 테지요. 여기에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고가 야기한 양극화 심화, 그에 대처할 사회 안전망의 부재, 성장동력 둔화 등 사회·경제적 어려움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도개혁 세력의 약화와 우경화 추세의 강화 등 정치적 환경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기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0년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온 집단의 책임론을 낳은 듯합니다. 이른바 ‘진보의 위기’ 담론입니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활발하게 제기된 ‘위기론’은 물론 자기 성찰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심도 있는 성찰은 발전의 전제조건입니다.
하지만 그 성찰이 ‘자학적’이지 않았나 스스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혹 과도한 도덕적 의무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닌지, 혹 “진보는 깨끗할지 모르나 무능한 집단”이라는 보수 진영의 프레임에 갇힌 것은 아닌지,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진보 진영의 실패로 단순히 등치시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차분해지면 다른 것들이 보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누구도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게 민주주의가 진전하고 있습니다. 50여 년의 반공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 상생의 남북관계도 뿌리내려 갑니다. 흡사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기실은 쉼없는 진보의 땀방울들이 일궈낸 성과물들입니다. 또 하나, 여러 사회·경제적 위기 징후들은 한국 사회 전체가 맞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지 진보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닐 겁니다. 자긍심을 가지고 냉정하게, 이뤄낸 것을 평가하고 이뤄야 할 것을 고민하는 6월이었으면 합니다.
그해 뜨거웠던 거리에서, 세계사에서 전례를 찾기 쉽지 않은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낸 ‘피플 파워’의 열정과 정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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