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한겨레21 편집장 jjk@hani.co.kr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가운데 자오궈뱌오라는 이가 있습니다. 2004년 홍콩 에 발표한 ‘토벌 중선부’(討伐中宣部)로 단박에 유명해진, 전 베이징대 신문전파학원(신문방송학과) 교수입니다. 글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직 교수였으나 이 때문에 해직 조처를 당해 지금은 전직 교수 신분입니다.
‘토벌 중선부’는 제목 그대로 ‘중선부(중앙선전부)를 토벌하자’는 격문 성격의 글입니다. 사상·이데올로기를 담당하며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중국 공산당 조직, 중선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댄 것입니다. 자오궈뱌오는 중선부가 부패와 독단, 관료주의 등의 중병에 빠져 중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이 됐다고 호되게 비판합니다. 그러고는 “헌법이 보장한 비판의 권리와 마오쩌둥 전 주석이 가르쳐준 영웅의 기개”에 기대어 ‘중선부 토벌’을 외칩니다.
다소 장황하게 자오궈뱌오를 떠올린 것은 그의 글들이 모인 의 한 구절이 생각난 탓입니다. “중국 5천 년 역사에서 바른 비판을 받아들인 이가 몇이나 되는가. 남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이런 비판을 제기한 이를 바르게 평가할 수 있었던 이는 또 얼마나 되던가.”
자오궈뱌오의 탄식처럼 남의 비판을 경청하고, 문제의 책임에서 나를 우선하는 ‘내 탓’ 문화는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소용돌이치는 한국 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부동산 3인방’으로 몰리며 물러났지만, 부동산 정책의 결과적 실패만큼이나 ‘국민정서법’ 위반이 사퇴의 큰 이유로 다가옵니다.
세 사람 사퇴의 결정적 불씨가 된,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는 이 수석의 글은 부동산 광풍의 책임을 내가 아닌 너에게서 찾습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을 교란해온 세력으로 일부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중개업자, 언론을 꼽았습니다. 아쉽게도 나의 과오, 정부의 과오는 네 탓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무분별한 금리인하와 기형적 담보대출, 주택건축비 인상 등 정책수단의 잘잘못과는 별개로 ‘신뢰의 상실’, 즉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동산 폭등의 제1 원인으로 지목하는데도 말입니다.
시야를 넓혀보면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나 개혁법안 처리 등 노무현 정부의 시대적 과제가 흐지부지된 과정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정부는 보수 야당·언론 등의 흠집내기와 발목잡기를 실패의 원인으로 들지만, 자기반성은 부족합니다.
한국 사회의 보수세력이 어느 때보다 극성스럽게 ‘네 탓’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탓 없는 문제는 없습니다. 그것이 민심을 읽어낼 능력의 부족이든, 전략이나 교섭력의 부재이든 간에 뼈아프게 내 탓을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공자는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고,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것을 타인들 속에서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누구든 고개를 끄덕거릴 진리이지만, 실천은 참 어려운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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