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권 기자/ 한겨레 정치부 jjk@hani.co.kr
‘미련할’ 정도로 착한 친구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요즘 미쳐 돌아간다는 아파트에 얽힌 사연입니다.
그는 2003년 직장에서 기회를 얻어 해외연수를 떠납니다. 고민은 2억2천만원 나가는 경기도 고양의 32평형 아파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였습니다. 주변에선 “팔아서 전세를 끼고 큰 평형을 사라”는 권유가 많았답니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을 선택했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아파트를 전세 내준 뒤 전세금을 정기예금에 넣었습니다. 달랑 연리 4%대의 정기예금에.
2005년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고양에 살던 그는 올 6월 2억2천만원가량에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아내가 어렵사리 구한 새 직장이 서울 송파구라 너무 멀었던 탓입니다. 송파구의 전세 아파트가 새 보금자리가 됐습니다.
한편으론 무주택자 처지가 걱정스러웠지만, 다시 한 번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싶었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약속 말입니다.
문제는 그 뒤에 터졌습니다. 집값이 8~9월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10월 말 건설교통부가 수도권 새도시 건설 계획을 갑자기 발표한 뒤로는 미친 듯 상승했습니다. 6월에 판 고양 아파트의 가격은 11월에는 3억원이 됐다고 합니다.
그는 며칠 전 동네 부동산에 들렀습니다. 연립주택이라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공인중개사가 전한 송파 아줌마들의 말이 가슴을 후벼팠다고 합니다. “이제 집값이 또 오를 거야. 김병준이 청와대에 들어갔잖아. 그 사람 반대로만 하면 돼.”
정부가 뭐라고 해도 부동산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른바 ‘강남 4구’(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성남 분당구)의 현상이던 집값 폭등은 수도권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갑니다. 그 불길에 미련스럽게 착한 ‘보통 사람’들의 꿈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시빗거리를 하나 들어볼까 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주요 축인 건설교통부의 1급 이상 고위 간부 9명 가운데 대부분은 강남 4구와 서울 목동, 과천시에 삽니다. 부동산값 폭등의 최대 수혜지역입니다. 이 정부 아래서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의 가격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한 간부의 사례만 들겠습니다. 그가 지난 2월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때 신고한 강남구 일원동의 48평형 아파트는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7월 일반 매매가가 9억2천만원이었습니다(국민은행 가격동향 통계). 그러나 이 아파트의 가격은 올 10월엔 16억3천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3년새 77%나 되는 엄청난 상승률입니다. 다른 간부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합니다. 이런 통계도 있습니다. 지난 2월 현재 행정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643명 가운데 50.9%인 327명이 강남 4구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이 정책의 이면에 깔린 이런 ‘역설적 이해관계’까지 꿰뚫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착한 보통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정부는 고장난 정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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