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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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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를 전쟁터로!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편집장 k21@hani.co.kr

“대추리를 전쟁터로!”
거꾸로 하면 그렇습니다. <한겨레21>이 매주 꾸미는 ‘평택 캠페인’의 주제 말입니다. “대추리를 평화촌으로!” 그 희망이 군홧발 아래 거꾸로 매달렸습니다. 지난 5월4일 아침 군인과 경찰 병력 1만5천 명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로 쳐들어왔습니다. 이걸 보며 저는 2003년 3월 미군의 바그다드 입성을 떠올렸습니다. 대추초등학교가 무너져내릴 땐, 미군에 의해 후세인 동상이 허물어지던 영상이 오버랩됐습니다. 맥락이 다른 사건입니다만, 뭔가 정당하지 않은 일을 기어코 해치운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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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추초등학교의 운명처럼 <한겨레21>의 ‘평택 캠페인’ 지면도 철거당할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성금모금을 계속 끌고 갈까요, 아님 곧 그만둘까요. 최소 6개월은 갈 거라 예상했는데, 이렇게 빨리 고민해야 할 줄은 몰랐습니다. 고민은 또 있습니다. 국방부와 경기경찰청에 대한 원한(!)을 어떻게 갚을까 하는 겁니다. ‘대추리 담당 기자’가 두들겨맞았기 때문입니다.

사회팀의 길윤형 기자는 사진팀 류우종 기자와 함께 5월1일부터 평택을 지켰습니다. 문제의 5월4일 오전 9시. 길윤형 기자는 대추초등학교 뒷문으로 들어오던 전경들의 방패에 오른쪽 발목을 찍혀 순간 기절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철제 의자를 던지려는 전경을 말리던 과정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다행히 옆에서 취재 중이던 <한겨레> 사진부 김종수 기자가 팔을 잡아 일으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후 2시엔 같은 현장에서 2층에 있는 학생들을 끌어내려고 진입하던 경찰의 방패에 얼굴을 맞아 안경이 박살났습니다. 외상이 없어 다행입니다. 총책임을 맡았던 국방부와 그 하수 역할을 했던 경기도 경찰청이 휠씬 좋은 안경으로 되돌려주시리라 기대합니다. 길윤형 기자뿐만이 아니라, 그날 개처럼 얻어맞고 피흘린 주민과 학생, 시민단체 회원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디 쾌유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전혀 원하지 않는 전쟁터에 끌려나왔다가 다친 어린 전경대원들도….

‘평택 캠페인’은 쉽게 중단되지 않습니다. 바그다드를 점령하고도 미국이 수렁에서 헤매는 것처럼, 노무현 정권과 대한민국 국군도 평택의 논두렁에서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겨레21>의 중계방송과 분석은 계속됩니다.

‘평택 캠페인’을 뺀 나머지 지면엔 몇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거창한 지면 개편은 아닙니다. ‘노땡큐!’ 필진이 이번호부터 바뀝니다. ‘종이비행기47’ 필진도 일부 교체됩니다. 얼마 전 최규석씨의 만화 연재가 시작됐고, 김정미·구혜경씨의 ‘아프리카 초원학교’는 막을 내립니다. 대신 또 다른 세계적 기획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호부터 정치팀의 최은주 기자가 독자들과 만납니다. 지난해 10월 수습공채로 입사해, <한겨레> 사회부와 국제부를 거쳐 <한겨레21>에 안착했습니다. 한 달 전 입사한 안인용 기자도 다음주부터 ‘개그칼럼’을 선보입니다. <한겨레21>은 더 약자를 보듬는 잡지, 더 재밌는 잡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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