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바이오시스템학과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연예인 집단은 비정상적인 진화 속도로 동질화되고 있는 획일 군집이다. 가장 개성적이어야 할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쌍꺼풀을 가지고 있으며, 입술은 콜라겐 주사법을 통해 일정 크기로 도톰해지고 있다. 예순이 다 돼도 그들의 눈가엔 주름이 없다. 보톡스 주사를 맞아 마치 평생 한번도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양 탱탱한 피부를 유지한다.
사이보그가 돼버린 연예인
로봇공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연예인들은 사이보그다. 그들은 평범한 콧날에 인공보형물인 고어텍스를 채우고, 두 유방엔 실리콘을 삽입하고, 생니를 뽑아 비정상적으로 하얗고 가지런한 임플랜트 치아를 박는다. ‘인공적인 장치를 통해 자신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거나 인간적 능력을 향상시킨 존재’라는 사이보그의 정의에 비춰본다면, 대한민국 연예인 집단은 전형적인 사이보그 집단이며, TV 프로그램은 장르에 상관없이 사이보그가 주인공인 ‘SF’가 되고 있다.
성형수술이 이렇게 남용되고 있는 추세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인류학자 샌더 길먼의 『성형수술의 문화사』에 따르면, 브라질과 이스라엘은 (한국과 함께) 쌍꺼풀 성형에서부터 엉덩이 성형, 뱃살 제거수술에 이르는 각종 성형수술의 국제적 중심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는 인구대비 실리콘 삽입비율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해마다 백만 건 이상 미용성형수술이 시행되는 미국에선 이미 20년 전에 미용성형열풍으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다. 피부색과 코를 백인의 그것으로 바꾸려했다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마이클 잭슨이나, 마흔 다섯의 나이에 서른의 몸매를 갖고자 ‘전신 성형수술’을 선택했던 데미 무어는 수많은 미국 연예인사이보그 중 일례에 불과하다. 유난히 큰 ‘유대인 코’를 꿋꿋이 지킨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존경받는 경지에 이른 건만 봐도, 미국 연예계가 얼마나 심각한 성형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그렇다면 연예인들 사이의 성형수술 남용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미용성형수술의 역사적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코 성형수술이 보편화된 중요한 계기는 19세기 유럽에서 매독이 성행하면서 매독균에 의해 떨어져나간 코를 수술을 통해 다시 되찾게 해준 데에서 비롯된다. 성형수술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너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주었던 것이 그 기원이다. 흔히들 성형수술은 ‘남들보다 눈에 띄게 예뻐지기 위해’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형수술의 욕망 속에는 다른 구성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외모로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성형수술의 이러한 욕망은 그 속성상 ‘집단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혹시 우리나라 연예인 집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연예계라는 집단의 일원이 되기 위해 다른 연예인이 가진 쌍꺼풀을 나도 가져야 하고, 모두가 가진 ‘높은 코’를 나도 가져야 한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평민, 그 뼈있는 말실수
너무나 똑같이 생긴 연예인들을 보면서 나는 종종 영화 <가타카>를 떠올리곤 한다.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유전자를 갖게 된 우성인간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열등인간이 생물학적 계급사회를 이루고 있는 암울한 미래가 이 영화의 배경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성형수술을 받은 우성인간 ‘연예인’들과 그렇지 않은 ‘대중’들이 생물학적 계급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본다.
대중은 연예인들을 선망하고, 연예인들은 월급쟁이들이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을 번다. 이 땅의 고등학생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들의 중학교 졸업사진’을 보며 쉽게 ‘연예인 꿈’을 꾼다. 방학이 되면 성형외과를 찾고, 학기가 시작되면 기획사를 기웃거린다. 공중파 방송국은 성형 없이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거대한 ‘가타카’가 돼가고 있다.
어느 연예인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중을 가리켜 ‘평민’이라고 지칭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 말이 ‘뼈 있는 말실수’인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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